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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적당한 긴장 / 임현택 신부

임현택 토마스 신부,(재외국 유학)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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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시나요?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특정 계절을 좋아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여름을 참 좋아합니다. 더위도 많이 타고 땀도 많지만 그래도 여름이 좋더라고요. 이유는 간단해요. 활동하기 좋아서.

반대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계절은 겨울이에요. 추우면 몸이 움츠러들잖아요? 또 춥다고 이것저것 껴 입으면 활동하기가 힘들고요. 그래서 저는 겨울이 되면 활동량이 다른 계절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또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활동을 안 하고 움츠러드니까 몸에 긴장이 많이 풀리더라고요. 만사가 귀찮아지고… 둔해지고…. 저는 저를 알기 때문에, 이런 시즌에 조심하려고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오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저 자신한테 “긴장해!”라고 하면서 허리를 펴고, 어깨를 뒤로 젖히면서 쭉 펴보고, 복근에도 힘을 주려고하지요. 그렇게 해도 다른 계절에 비하면 활동량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들만 봐도, 긴장이 풀리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피아노도 조여있는 적당한 긴장이 풀리면 명확하지 않은 둔탁한 소리가 나게 됩니다. 기타 같은 경우에도 줄에 적당한 긴장이 있지 않으면,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가 없게 되지요. 같은 관점에서, 우리 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적당한 긴장이 우리를 더 생기 있고 건강하게 해줍니다.

관건은 ‘적당함’이겠지요. 이런 경험이 있어요. 예전에 제가 한창 자세를 신경 쓰고 지낼 때 어느 순간부터 허리가 아파졌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복근에 힘을 너무 많이 주면서 저도 모르게 허리까지 힘을 주다 보니 허리 근육이 심하게 긴장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허리의 긴장을 푸는 운동을 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지나친’ 긴장은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악기를 조율할 때, 줄을 심하게 팽팽하게 조이면 끊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적당한 긴장’을 하려면 대림 시기 전례에서 항상 말하는 것처럼, 깨어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이 의지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조금만 신경을 안 쓰면 내 자세는 흐트러지고, 그래서 “내일부터 하지 뭐”라고 하면 그 ‘내일’은 어느새 ‘일주일 뒤,’ ‘한 달 뒤’가 되어 있더라고요. 여러분들 지금 잠시, 어깨를 한 번 뒤로 젖혀보시겠어요? 그렇게 20초만 유지해 보세요. 엄청 시원할걸요? 코로나19 때문에 영적인 긴장도 많이 풀렸다고요? 지금 잠깐이라도 성호 긋고 하느님을 찾아보세요. 추운 겨울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는 요즈음에 저도 여러분도 육적·영적으로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살아보도록 합시다!

임현택 토마스 신부,(재외국 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