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위탁형 대안학교 ‘여주민들레학교’ 이경세 교장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2년만의 재개교… 사랑으로 청소년 품는 학교 만들 것”

학교 부적응 학생들 교육 예정
교사 모집·운영비 막막하지만
어른들이 학생 포기해선 안 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포기하지 않는 학교를 세우길 바랐습니다. 여주민들레학교에서 인생 2막으로 그 꿈을 펼치게 돼 기쁩니다.”

여주민들레학교 이경세 교장(미카엘·63)은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며 “학생들이 공동체 안에서 사회에서 살아나갈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부임 소감을 밝혔다.

여주민들레학교는 2011년 가나안농군학교 출신 김진명 전 교장이 설립한 위탁형 대안학교다. 이 학교에선 경기도 여주·이천 일대 학교폭력 가해·피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심신 안정 및 사회적응, 관계개선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펼친다.

제2대 교장으로 부임한 이 교장은 2019년 김 전 교장의 요청으로 여주민들레학교를 인수했다. 그간 학교가 학교폭력 가해·피해 고등학생을 위해 펼쳐온 그리스도적 사랑이 계속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38년간 교편을 잡으며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헌신해온 뜻도 디딤돌이 됐다. 그는 2012년 여주중학교 교감 재임 시절에는 직접 문제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교실을 운영했고 이듬해에는 공립형 대안학교인 경기새울학교 초대 교장직도 맡았다.

“학교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포기한 학생들이, 대안학교가 없다면 과연 어디서 사랑 받을 수 있을지 매일 하느님께 기도하며 물었습니다. 답은 이 학교에서 우리 어른들이 품어줘야 한다는 것이었죠.”

올해 2월 정년퇴임 후 보장된 편안한 삶 대신, 청소년들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 교장의 용기에 도움의 손길도 있었다. 경기새울학교 정기옥 교사가 무보수로 생활지도 담당을 자청했다. 올해 재개교를 앞두고는 수원교구 북여주본당(주임 안형노 야고보 신부) 교우들이 청소년사목 일환으로 지원에 나섰다. 이 교장은 이에 대해 “하느님이 주신 기적”이라고 말했다.

여주민들레학교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학교 인수 후에는 코로나19로 2년 간 학생들을 받을 수 없어 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재개교를 앞둔 올해에는 학교에 필요한 운영비, 부지 임대료 등 모든 제반 비용을 이 교장 혼자 부담해야 한다. 필요한 교사 모집도 그의 몫이다. 교육 당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인가 대안학교이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리스도인으로 청소년들을 사랑으로 보듬을 의무가 있다”며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오롯한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부터는 여주 시내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청소년들로 돌봄 영역을 넓혀 멘토링, 직업탐색 교육 등을 펼칠 예정이다.

“청소년들은 사랑 안에서 길을 찾아야 할 존재입니다. 이들이 공동체 생활에서 삶의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