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물에 잠겨 사라지는 타쿠섬… 더 이상 남일 아니다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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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 이주 지원금 모금
기후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주민 400여 명 기후난민 전락
다른 많은 지역도 위험 상황
유일한 해법은 온실가스 감축

영화 ‘한때 그곳에 섬이 있었다’ 한 장면. 작은형제회와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고향을 떠난 타쿠섬 주민들의 기후적응을 위해 모금한 기금을 전달하고, 이후에도 모금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때 그곳에 섬이 있었다. 파푸아뉴기니 작은 산호섬 타쿠(Takuu), 기후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400여 명 주민들은 기후난민이 됐다. 아직 떠나지 못한 50여 명 외 대부분 주민들은 인근의 큰 섬 부겐빌로 이주했다.

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위원회(JPIC)와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가 최근 지난 2년 동안 모은 기금 3만8000달러를 타쿠주민협의회로 전달했다. 기금은 전통문화와 언어를 이어갈 공간인 문화자원센터 건립과 농·어업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또한 후속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 모금은 계속된다.

작은형제회와 ICE가 타쿠섬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9년이다. 매월 기후위기 관련 영화 상영 행사를 열어오던 중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한때 그곳에 섬이 있었다’(There was once an island)를 보고 모금을 시작했다. 또 뉴질랜드 영화 제작사,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지속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타쿠섬은 파푸아뉴기니 동부 부겐빌섬에서 250㎞ 떨어진 섬이다. 주민들은 1000년 이상 전통문화와 언어를 보존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해변이 사라지고 바닷물이 집과 밭에 차올랐다. 전문가들은 물을 막기 위한 방조제를 무용지물로 판단했고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기로 했다. 전기조차 없는 섬의 주민들은 아무 책임 없이, 기후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가 됐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졌다. 몰디브, 투발루, 키리바시 등 섬들이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땅이 사라지니 몸을 피해야 하지만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지난 2018년 일부 섬 주민들이 태평양에 가장 인접한 한국, 일본, 호주 등에 난민 신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됐다.

지난해 11월 5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중 사이먼 코페 투발루 외교장관이 바닷물에 무릎을 담근 채 연설했다. 얼마 전 땅이었던 자리에서 코페 장관은 “지금 저를 보시듯, 인류는 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의 현실을 살고 있다”며 전 세계가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 문제는 일부 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대도시 20곳 중 15곳이 해안지대에 있다. 250만 명 이상의 도시도 65%가 바닷가에 자리한다. 10억 명이 해발 10m 이하에서 산다. 인류 대다수가 위협받는 셈이다. 국립해양조사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 속도도 지난 10년간 10% 이상 빨라졌고, 해수면은 30년 동안 총 9.1㎝ 상승했다. 유일한 해법은 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뿐이다.

김종화 신부(알로이시오·작은형제회)는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배출 감축이나 에너지 전환 등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절실하다”며 아울러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기후난민에도 집중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 KEB하나은행 390-910010-11404 (재)프란치스코회

※문의 010-7297-6831 김종화 신부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