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주례 삼종기도의 유래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2-01-11 수정일 2022-01-11 발행일 2022-01-16 제 327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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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성모의 해’ 맞아 군중과 함께 성모께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28일 자신의 집무실 창가에서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삼종기도를 주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역대 교황들은 매 주일 교황궁 집무실 창에서 삼종기도를 주례한다.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을 바라보며 주례하는 삼종기도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67년 전인 1954년부터다.

그해 당시 비오 12세 교황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교의 반포 100주년을 맞아 ‘성모의 해’(Marian Year)를 선포했다. 의사이자 정치가이며 영향력 있는 평신도 지도자였던 이탈리아의 루이지 게다는 오랫동안 친분을 나눴던 비오 12세 교황에게 집무실 창에서 군중들과 함께 삼종기도를 드릴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을 받아들인 비오 12세 교황은 그해 성모 승천 대축일이던 8월 15일 “주님의 어머니에게 경건하게 인사를 하자”면서 바티칸 라디오를 통해 로마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삼종기도를 바쳤다. 이는 매 주일과 성모 축일에 교황이 신자들과 함께 삼종기도를 하는 기원이 됐다. 이후 비오 12세 교황은 교황청 집무실 창에서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과 함께 라틴어로 삼종기도를 바쳤다.

삼종기도는 중세시대 파두아의 안토니오 성인의 요청에 따라 성모송을 세 번 기도하는 것에서 비롯했다. 1200년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 매일 저녁기도 후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모송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수도회에서는 기도 시간에 맞춰 종을 울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침과 정오에도 성모송을 바치게 됐다.

16세기에는 기도서에도 삼종기도가 포함되기 시작했고, 17세기에는 삼종기도 형식이 완성됐다. 이후 교황들이 삼종기도에 대사를 부여하면서 전 세계에 확산됐다. 오늘날 삼종기도에는 가브리엘 대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주님 탄생을 예고하는 모습이 추가됐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 부활 시기에는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교황들은 또한 교리교육이나 신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을 전하는 데 삼종기도 시간을 활용해 오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교황의 삼종기도에도 영향을 줬다. 특정기간 동안 성 베드로 광장에 군중이 모이는 것이 어렵게 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집무실에서 삼종기도를 생중계했다. 이후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돼 광장의 군중들과 삼종기도를 할 수 있게 됐지만, 교황청은 여전히 교황 삼종기도를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