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같이 밥 먹자’는 한 마디의 힘

입력일 2022-01-11 수정일 2022-01-11 발행일 2022-01-16 제 327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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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자’는 한마디, ‘교회가 늘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등의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보다 더욱 즉각적으로 마음에 온기가 돌게 한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자립 준비, 희망이 느껴져야 하는 말이다. 하지만 시설에서 퇴소해 혼자 생활해야 하는 청년들에겐 막막함 그 자체일 때가 많다. 마땅히 받아야 할 부모의 돌봄, 가정 안에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복지시설 등에서 성장한 ‘보호대상아동’들은 대개 18세면 시설에서 나가 자립해야 한다.

근로장학금을 비롯해 각종 자립정착 금융제도, 자립수당과 생계급여 지원, 주거비나 주택 지원, 맞춤형 취업지원제도 등 사회적 지원책은 다양하게 갖춰지는 추세다. 그렇지만 정작 외롭고 우울하고 힘겹다 느낄 때, 어디를 돌아봐도 쉽게 갈만한 곳이 없는 상황 또한 ‘자립준비청년’들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다. 자립에 나선 청년들이 자살하거나 무연고자로 발견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실제 청년들은 시설에서 나와 ‘혼밥’을 할 때 가장 서글프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도 예수회 신부들이 마련한 ‘밥집알로’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에 화색이 돈다. 밥집알로는 음식만 맛있는 곳이 아니라 편안하고 즐거운 그야말로 가정과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밥집알로의 목표는 일단 시설을 떠난 청년들에게 밥 한 끼라도 따스하게 잘 먹이는 것이다. 밥을 먹기 위해 와서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하다 보면 그들이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이나 내면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약보다 밥’이라는 말이 더욱 와 닿는다. 이 시대를 이고 나갈 청년들이 내·외적으로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