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그리스도인 일치’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

입력일 2022-01-11 수정일 2022-01-11 발행일 2022-01-16 제 327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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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1월 18일부터 사도 바오로 개종 축일인 1월 25일까지 8일간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으로 지내고 있다. 한때는 ‘교회일치 주간’으로 지칭했다. ‘그리스도인 일치’든 ‘교회일치’든 용어가 중요치 않다. 실제로 ‘일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성과가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사실 일치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행보도 그간 적진 않았다. 1965년, 교회분열 911년만에 성 바오로 6세 교황과 콘스탄티노플 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가 예루살렘에서 만났다. 이를 시작으로 가톨릭교회는 일치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그리스도교 일치주간 때마다 타종파 수장들을 만나는 등 일치와 화합을 위한 여정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는 올해 담화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맺고 있는 친교를 드러내고 그리스도의 뜻인 ‘완전한 일치’라는 지향으로 함께 기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완전한 일치’를 향한 여정에 모든 그리스도인이 동참해야 한다. ‘일치’가 구호로 그치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그리스도인 일치가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데 단초가 된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하느님 자녀로, 뿌리는 같지만 교회역사 2000여 년 가운데 절반이 넘는 세월을 갈라져 지내온 그리스도교 형제들, 지속되고 있는 분열과 반목을 멈추고 다시 ‘하나’의 길로 들어서는 방법이 없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정교회, 개신교, 성공회로 이어지는 교회분열의 역사. 그 뒤안길에 그려진 그리 곱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일치’라는 큰 그림 안에서 사랑과 이해로 감싸 안을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