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받는 것도 영성이다

마태오·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1-05 수정일 2022-01-05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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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타인을 챙겨야한다는 강박증
자신이 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신적으로 무너져 자기 학대도


일방적으로 주려고만 하는 
착한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받는 연습으로 마음의 균형 찾아야

사람을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하나가 받는 사람이냐 주는 사람이냐 하는 것도 있습니다. 평생을 받고만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얌체 혹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종교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늘 남에게 주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도 가진 것이 없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는 분들, 그런 분들은 주위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습니다.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 사는 사람이라고, 복음적 삶을 사는 사람, 성인 같은 사람이라고 칭송을 듣습니다.

물론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놓는 삶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그런데 자신은 늘 다른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 사람이라고 강박적으로 생각하고 사는 분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심지어 자기학대를 하기도 합니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베푸는 삶을 사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옛 성현들의 말씀처럼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삶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만큼 받는 훈련도 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개 다른 사람들에게 주려고만 하는 분들은 받는 것을 아주 불편해하십니다. 이것은 착한 것이 아니라 착한사람 콤플렉스입니다. 이런 콤플렉스가 심한 분들은 올 한 해 받는 연습을 하시면서 마음의 균형을 잡아보시기 바랍니다.

성탄 유머 하나 하겠습니다. 성탄절에 동네 아저씨 한 사람이 만취 상태로 한밤중에 성당을 들어섰습니다. 난생처음 들어와 본 성당. 제대 쪽으로 가보니 아기예수상이 놓여있고 그 앞에 헌금함이 보였습니다. ‘어? 이거 봐라~ 돈통이네?’

취객은 헌금함에서 돈을 꺼내어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예수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취객은 사탕 한 알을 아기 예수 입에 물려주며 “어린놈이 벌써부터 돈에 눈독들이면 안 된다”고 타이르고 룰루랄라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뒷전에서 웬 여인의 고함소리가 들렸습니다. “너 이놈자식! 왜 우리아기 돈 가져가는 거야!” 취객이 돌아보니 성모님이 노기를 띤 눈으로 노려보고 계셨습니다. 취객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본당신부가 찾아왔습니다. 취객은 너무 놀라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본당신부가 무릎을 꿇더니 “형제님~ 한 번만 더 해주십시오. 형제님 덕분에 성모님이 소리치시고 아기예수가 우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지금 성당에 신자들이 길게 줄 서있는데, 한 번만 더 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하더란다.

마태오·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