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 박민규 기자

박민규(가롤로) 기자
입력일 2022-01-04 수정일 2022-01-04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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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모르고 어떻게들 버티나 몰라.”

신년 기획 취재차 만난 서울 용문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배진수(파울리나)씨. 코로나19로 손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신앙이 없었으면 벌써 무너졌을 거라고 했다.

그 옛날 신앙 선조들처럼 그도 단순하지만 굳은 신앙 안에서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배씨 말처럼 신앙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어떻게 위기를 이겨낼까. 보육 시설인 꿈나무마을 출신 사진작가 오태석(요셉)씨는 사진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됐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나아가 그런 경험을 나누기 위해 캄보디아에 봉사를 떠나기로 했다. 그는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편견 섞인 외부 시선에 늘 위축돼 있었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다.

누군가는 신앙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로, 누군가는 자신이 지닌 탈렌트로 희망을 말한다. 더욱이 종교가 일상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오늘날, 보다 넓은 시선에서 희망을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곧, 하느님을 모른다고 하는 이들도 나름의 방식대로 희망을 새기며 살아갈 방향을 정한다. 그 자체가 하느님을 닮아가는 과정 아닐까.

물론 이해되지 않는 상황과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순간도 있겠지만,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어쩌면 희망이란 절망적인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역설적인 뜻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어려운 지금,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를 뜻하는 라틴어 격언 ‘Dum vita est, Spes est’를 되새겨본다.

박민규(가롤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