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위드 코로나’에서 ‘위드아웃 코로나’로 / 고계연

고계연(베드로)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입력일 2022-01-04 수정일 2022-01-04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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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부터 기승을 부린 코로나19 바이러스. 일명 ‘듣보잡’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집어놓을지는 그땐 미처 몰랐다. 저러다 말겠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면 사라지겠지. 이것은 모두의 단견이었고 희망 고문이 됐다. 지난 2년 동안 지구촌 확진자는 2억8000만 명, 고귀한 목숨을 잃은 사람만도 540만 명. 이 정도면 말 그대로 팬데믹이요 대재앙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누적 확진자 60만 명, 사망자는 5100명을 넘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생활상은 한마디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필자가 봉사하고 있는 가톨릭언론인협의회 사례를 들어 얘기를 해본다. 먼저 가톨릭언론인신앙학교.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2년 전엔 상반기 과정을 하반기로 미루면서 비대면 줌 수업을 시도해봤다. 강사나 수강생 모두 낯선 경험. 줌 방식은 거의 일방향이어서 수강생의 리액션을 알 수 없고 쌍방향 상호소통이 힘들었다. 지난해 하반기 심화 과정은 다행히도 대면 수업이었는데, 역시 강사와 수강생 모두 호응이 좋았다. 강의가 끝나면 삼삼오오 뒤풀이도 소소한 즐거움. 그러니까 코로나19 시대에도 타인과의 교류나 따스한 인간관계가 더 그리워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매년 한 차례 사회적 핫이슈를 끄집어내 해법을 모색하는 가톨릭포럼. 지난해 ‘한국사회와 공정, 청년문제 해법’을 주제로 제21회 포럼을 2년 연속 유튜브 생중계로 치렀다. 예전의 대면 포럼은 장소가 특정되고 참석인원이 제한된 반면, 발제자 등 최소인원만으로 진행하고 유튜브를 활용하면서 노출 효과가 더 컸다. 게다가 포럼이 끝난 뒤에도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가는 장점은 덤이었다.

백신 개발에 이어 치료제까지 나와 큰 고비를 넘기나 했는데 또 발목이 잡혔다. 이번엔 증상은 약하지만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를 누르고 우세종으로 떠올랐다. 일상회복을 꿈꿨던 위드코로나 조치는 다시 한시적 거리두기 강화로 후퇴했다. 지구촌은 록다운과 재택근무 연장으로 급한 불끄기에 바쁘다. 인류에겐 크나큰 시련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거대한 전염병 확산의 위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우선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더 민감해야 한다. 지구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 무차별한 생채기에 대한 부메랑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자초한 것 아닌가. “지구는 공동의 집이다. 공동의 집에 사는 인간과 자연은 모두 연결된 존재”라고 강조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깊이 새기자. 자연의 활용 또는 개발은 하느님 창조질서를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강금실(에스델) 전 법무부 장관의 책 「지구를 위한 변론」처럼 ‘미래세대와 자연의 권리를 위하여’ 사고를 전환해보자. 이를 위해 지구에도 법적 인격을 부여하자는, 즉 인재로 빚어진 지구의 아픔에 대해 원상회복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묻자는 강 전 장관의 주장에 끌리게 된다.

또한 ‘발등의 불’ 기후위기를 넘어서려면 탈탄소 실현을 놓고 지구촌이 과감하게 협력해야 한다. 특히 하느님의 백성인 우리들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멀리하고 분리배출에 앞장서자. 우리는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라 지킴이임을 명심해야 한다. 작은 실개천이 모여 큰 강을 이루는 법이다. 우리의 각성과 작은 실천들이 합쳐지면 지구는 새 살이 돋고 위드코로나를 거쳐 코로나19는 봄눈 녹듯 서서히 사라지리라 믿는다.

고계연(베드로)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