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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코로나19에 대한 단상

이광(안드레아·부산 태종대본당)rn
입력일 2022-01-04 수정일 2022-01-04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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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동안 코로나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1000명에 달했고, 화이자사는 2024년에야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을 발표했다.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어머니의 3차 접종을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터라 내가 접종할 수 있는 날에 어머니도 함께 접종할 생각이었다.

토요일 아침에 직접 병원에 전화해서 나도 어머니와 함께 접종받을 수 있는지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곧장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갔다. 주말이라 백신 접종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병원은 한산한 편이었다. 나와 어머니는 기다림 없이 곧장 예진을 받고 곧이어 접종을 마쳤다.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바로 옆에는 중학생이 백신 접종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 학생은 처음 접종하는 터라 몹시 긴장한 모습이었다.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자 학생은 외투와 문진표를 그대로 두고 진료실로 향했다. 이를 지켜보고 계시던 어머니께서 외투와 문진표를 가져가라고 학생을 불렀다. 학생은 돌아와 옷과 문진표를 챙겨서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얼굴이 너무 창백해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걱정했지만, 다행히 백신 접종을 무사히 마친 후에는 학생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요즘 SNS를 보면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겪었다는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걱정됐지만, 언젠가 맞을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맞고 말자는 마음으로 잔여 백신을 맞기로 했다. 접종받고 별다른 이상 반응은 없었지만 주사 맞은 왼팔을 들어 올리는 데 불편함을 겪었다. 다른 주사를 맞아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있는 반응이라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두 번째 접종도 덤덤하게 마쳤고 반응은 1차 때와 마찬가지였다. 2차 접종을 마치면서 이제는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해방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축포를 터뜨리며 자유를 만끽할 즈음 생각지도 못한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때 접종을 시작도 못 하고 있던 아프리카의 국가들에서 변종이 발생한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지구촌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한 팬데믹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지금까지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500만 명을 넘었다.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고 칭하는 스페인 독감은 1918년에 발생해서 2년 동안 5000만 명에 가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이런 추세라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는 스페인 독감에 이어 두 번째로 최악의 재앙이란 타이틀이 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확진자들이 경증으로 재택 치료를 받고 잘 이겨낸다고 해서 코로나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걸렸다 하면 바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을 겪는 우리는 많은 제약으로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자유를 뺏겨버렸다는 생각에 억울한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로 먼저 세상을 떠난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앞으로 생사에 갈림길에 설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마땅히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인류는 반드시 지금의 역경을 이겨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 분명하다. 그때 더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신선한 공기와 따스한 햇살을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이광(안드레아·부산 태종대본당)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