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코로나19는 무엇과 같을까? / 함상혁 신부

함상혁(프란치스코) 신부 (수원교구 공도본당 주임)
입력일 2022-01-04 수정일 2022-01-05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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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코로나19. 2019년 말 시작돼 코로나19라 불리는 이 바이러스는 천하무적입니다. 지금쯤이면 지쳐 물러갈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못다 한 일이 남아있는지 우리 곁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올해 말 쯤이면 코로나가 잠잠해진다고 하니 다시 한번 기대와 희망을 가져봅니다.

오늘은 코로나라는 이 괴물이 무엇과 같을까 생각해 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여러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가르침을 주십니다. 배움 정도가 깊지 않았던 군중을 배려하는 예수님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포도나무 비유, 루카 복음에 나오는 자비로우신 아버지 비유, 겨자씨 비유, 씨뿌리는 사람 비유 등 많은 비유를 통해 하느님 사랑과 구원의 신비를 알려주십니다. 특히 하느님 나라를 설명할 때 이렇게 말씀하시며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루카 13,18)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이 말씀이 생각난 이유는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는 무엇과 같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각자 생각이 다르기에 답도 다 다르겠지만, 저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코로나는 산불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번져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리는 그 산불 말입니다. 몇 년 전쯤 강원도 고성에서 큰 산불이 났습니다. 직접 현장에 가보진 않았지만 뉴스만 보아도 산불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워낙 산불이 크게 났기에 민가도 피해를 입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산불 원인을 알고 보니 변압기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하필 강풍이 심하게 불어 큰 피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작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큰 산불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산불이 진행되는 과정과 코로나의 진행이 비슷합니다.

작은 불씨가 삽시간에 온 산을 태우는 것처럼, 코로나19는 1년도 안 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산불에 대응하는 방법도 코로나와 비슷합니다. 산불이 발생하면 불을 끄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불이 번져나가지 않도록 저지선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고 합니다. 워낙 산불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소방헬기나 소방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산불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여 저지선을 만들어놓고 거기에서 산불이 멈추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 의견은 산불이 발생하면 탈 만큼 다 타야 불길이 멈춘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다 타고 나면 불은 자연스레 꺼지는 것입니다.

코로나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거리두기를 하고 백신 맞는 노력을 하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코로나와 접하게 되며 아프기도 하고 이겨내기도 하면서 코로나 기세는 수그러들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산불이 모든 것을 휩쓸고 나면 까맣게 타 버린 나무들만 남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절망에 빠질 것입니다. 하지만 희망을 찾는 이들은 빈 들판에 어떤 나무를 새로 심을 것인지 미리 준비할 것입니다. 맹렬한 산불과도 같은 이 코로나가 지나가고 난 후 우리가 심을 나무는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 나무를 심을 자리는 남아 있을까요?

함상혁(프란치스코) 신부 (수원교구 공도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