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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추위와 석탄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2-01-04 수정일 2022-01-04 발행일 2022-01-09 제 327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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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신영복 교수님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서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옥 안의 예외적 사례라는 생각이 들고 추위가 심해지면 소외계층의 겨울나기가 걱정되는 게 현실입니다.

겨울 하면 생각나는 게 석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ㆍ25전쟁 중 수력에 의존하던 전력이 끊기면서 석탄을 활용한 전력생산 전문조직을 만들게 됩니다. 그 결과 채탄은 전력생산, 산림 황폐화 예방, 서민 연료로 기능을 했습니다. 다만 현재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의해 사양산업이 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북쪽은 매장량은 많지만 채탄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채탄을 위해서는 석탄광산 내의 물을 계속 뽑아내야 하는데 펌프능력 부족으로 1/3 이상의 광산이 물에 잠겨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모두 자동화와 대형화가 되지 않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국내 광산이 폐광될 때 채탄에 필요한 설비를 북쪽에 이전하는 것도 경제협력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북쪽의 겨울나기도 우리 소외계층만큼 어렵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제 경험에만 비춰 봐도 개성공단 주위의 나무들은 모두 민둥산이었습니다. 자라기가 무섭게 나무뿌리까지 땔감으로 긁어 갔기 때문이죠. 북쪽에 나무 심기를 하는 NGO(비정부조직)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무리 나무를 심더라도 겨울철 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산림녹화는 해결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장작에 의존하던 연료를 석탄으로 전환하면서 산림녹화가 가능했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북쪽은 ‘석탄공업은 자립경제발전의 척후전선’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결국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력과 금속화학공업, 산림녹화 모든 것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2020년경 북쪽은 우리 대한석탄공사에 윤전기(연탄 찍는 기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제재면제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윤전기가 제재 대상인가라는 의구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협력 사업을 언제쯤 마음껏 해 볼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하게 되는 때입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