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이 모두가 주님의 큰 은총 / 김난심

김난심(엘리사벳·제2대리구 신흥동본당)
입력일 2021-12-29 수정일 2021-12-29 발행일 2022-01-02 제 3276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찬미 예수님~~ .” 성당 안에 울려 퍼지던 ‘찬미 예수님’ 인사들.

코로나19 이전, 주일이면 발 디딜 틈 없었던 친교실이 텅 비어 있는 요즘을 보면 그때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다.

“저~ 성당 다니고 싶어서 왔어요.” 큰 아이와 손을 잡고 무작정 들어섰던 성당. 아무 것도 모르고 설레며 시작했던 예비자교리 공부. 무슨 소리인지 도통 몰랐던 그때, 마냥 주님이 좋고 성모님이 좋았던 그때를 다시 되돌아본다.

둘째 아이 때문에 자연스레 냉담을 하면서 항상 마음 저 한구석에는 ‘죄짓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의 한마디에 가족 모두가 총출동하여 근처 성당을 찾았다. 냉담 전 나는 가톨릭 신자는 주일미사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한 그냥 그런 신자였다. 그러다 보니 둘째를 출산하면서 자연스레 냉담으로 이어졌다. 남편이 “성당 가자”고 먼저 말을 꺼냈을 때 ‘저 사람이 웬일이지’ 의아했다.

7년 만의 미사 참례는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그것도 가족 모두가…. 신부님의 강론과 온화하신 모습을 보니 막연히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부님 모습 안에서 주님의 모습을 뵈었던 것 같다. 미사 후 돌아가는 길에 성당 문 앞에서 배웅하시던 신부님께서 가려던 우리 가족을 잡으셨다. “어? 처음 뵙는 형제님, 자매님이시네, 잠깐 기다리세요. 면담하고 가세요”라며 붙잡으셨다.

우리가 ‘미사 중 뭘 잘못했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다음 주에도 꼭 나오라”는 말씀과 함께 포도주 한 병을 주셔서 가지고 돌아왔다.

그날 남편한테 물어보았다. 갑자기 왜 “성당에 가자”고 했는지. 남편은 세례 받은 지 몇 달 안 된 친구가 “성경 필사가 너무 재미있다”고 한 말에 반성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은 초등학교 다닐 때 세례를 받았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냉담했다고 한다. 자존심이 몹시 상했던 모양이다.

다음 주일에 미사를 갔다. 신부님께서 우리 가족 세례명을 모두 기억하시고 불러 주셨다. 기억해 주심에 가족 모두는 감동을 받았다. ‘주님께서 우리를 기억해 주시는구나’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주님 말씀을 기억하리라 다짐하면서 나름 열심히 성당을 다녔다.

한 번, 두 번 미사를 가면서 남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급하고 신경질적이고 난폭하고 ‘독불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성격이 좋지 않던 남편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짜증과 난폭한 성격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 볼일이 많아졌고 말투 또한 바뀌기 시작했으며, 본당에서 ‘봉사’라는 것을 시작했다.

정말 기쁜 나날을 보냈다. 지금은 세 번째 성경필사를 하고 있으며 봉사자로서도 열심히 살고 있다. 이 모두가 주님의 큰 은총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예전 남편을 얘기하면 아무도 믿지를 않는다. 그럴 땐 남편과 눈을 마주치면서 웃곤 한다.

김난심(엘리사벳·제2대리구 신흥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