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교구 수지지구, 전 본당 힘모아 서부본당에 1억5000만 원 전달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12-22 수정일 2021-12-22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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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엔 새 아파트 들어서지만
성당은 조립식 가건물 상태
성전·교리실 새 단장 원해도
코로나19로 본당은 늘 ‘적자’

12월 8일 수지지구 사제회의를 통해 서부본당에 성금을 전달한 후 지구 사제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지지구 제공

신자 수 829명 주일미사 참례자 수 평균 150명의 작은 본당. 사목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에 직면한 제2대리구 서부본당(주임 김희강 신부)에 수지지구(지구장 송영오 신부) 사제단이 온정을 나눴다.

지난 12월 8일 수지지구는 제1대리구 수지성당에서 열린 지구 사제회의에서 서부본당 주임 김희강 신부에게 1억5000만 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수지본당 주임으로 봉직하다 지난 6월 15일부로 서부본당에 부임한 김 신부로부터 서부본당의 열악한 사정을 듣고 형제적 사랑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1988년 설립된 서부본당은 5개 동의 넓은 지역을 관할하지만 대부분 그린벨트에 묶여있다. 현재 성당 부지 또한 주차장 부지 일부를 임대한 것으로, 필지가 나눠져 있어 현 부지에 성당을 건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서부성당과 서하남IC 건너편에 아파트 단지가 형성중이고, 지난해에 5개 종교 부지가 나왔지만 주일미사 참례자 150명대의 작은 본당이 부지를 매입하기는 어려웠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신자들은 서하남IC를 건너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바로 옆의 서울대교구 소속 성당은 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샌드위치 패널의 가건물 성당 공간도 협소해 주일미사를 5대씩 봉헌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역지침으로 이 또한 어려움이 많다.

사제관은 지은 지 40년이 넘은 주택이며, 교리실은 컨테이너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본당은 적자 재정을 기록하고 있다.

본당에 부임해 이런 실정을 접한 김 신부는 수지지구 사제단에 후원을 부탁했다. 비대면 시대에 타본당을 방문해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번 성금 지원은 수지지구 8개 본당이 함께 어려운 본당을 집중적으로 도운 면에서 의미가 있다. 교구 안에서 지구 내 신설 본당이나 신축 성당 건축을 도운 사례는 있지만, 지구 전 본당이 힘을 합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지구 사제단의 합심이 큰 결실로 모아졌다.

여기에는 지구장 송영오 신부(상현동본당 주임)의 독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본당별로 성당 신축, 교육관 건축 등으로 부채가 남아 있는 힘든 형편을 아는 송 신부는 ‘그럼에도 더 어려운 본당을 돕는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자’고 호소하며 사제들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다. 기금은 수지본당이 6500만원을 지원하고, 다른 7개 본당이 나머지 금액을 나눠 부담하는 형식으로 조성됐다

김희강 신부는 “수지지구 본당들이 저마다 사정이 있음에도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은 것은 동료 사제들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사제들과 신자들에게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신부는 “수지지구와 수지본당이 큰 힘을 보태줘 감사하다”면서 “후원금은 앞으로 서부본당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수지본당 주임 김태규 신부는 “코로나19로 더욱 인정이 메말라가는 때에 수지지구의 나눔은 더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