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기다림의 자세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12-21 수정일 2021-12-21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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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대림 시기를 보내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때일수록 ‘간절함’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간절함’은 내 몸과 마음을 조심스럽게 합니다. 혹시라도 준비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마음 졸이게 됩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베케트의 희곡입니다. 오지 않을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리는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지요. 그런데 책을 읽고 나면 고도가 사람이었는지, 절대자였는지, 아니면 그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또한 누군가는 고도를 만났던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오고, 계속 찾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 등 읽는 사람의 눈높이와 마음에 따라 다양한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이 작품을 통해 공통적으로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습관적이고 수동적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가.’ 심지어 ‘예수님의 탄생’ 까지도.

우리의 나이 계산법에는 ‘만 나이’와 ‘세는 나이’가 있습니다. 세는 나이는 보통 나이 한 살을 얻고 태어납니다. 서양에서의 나이 계산식인 만 나이와는 다르지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세는 나이’를 인정하는 이유가 어머니 뱃속에서의 시간까지 나이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낳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 그 시간, 즉 출산을 준비하는 시간의 중요성도 세는 나이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례에는 두 번의 대축일, 즉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 앞에 사순 시기와 대림 시기라는 두 번의 기다림이 있습니다. 대축일에는 그 기다림의 기간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사순 시기에 우리가 행하는 단식, 자선, 기도가 더 큰 부활의 기쁨을 누리게 하듯이 이번 대림 시기에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웃과 형제에 대한 관심과 실천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림 시기는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감정을 발산하는 데만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제가 속한 본당에서는 대림 시기 동안 ‘코로나19 극복과 평화실현을 위한 방패연 만들기’를 준비했습니다. 제출된 방패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놓치고 있던 것들을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여러 글귀와 그림을 적어 보도록 했습니다.

비록 작은 행사였지만 그 행사에 참여한 가정공동체는 제작과정에서 마음을 다듬어 보는 기회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19에 정신없이 대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자유, 평등, 정의, 평화, 화해라고 하는 가치의 일부분을 방패연에 담아 예수님이 오신 주님 성탄 대축일에는 하늘로 날려 보고 싶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