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93) 1년간의 대림 / 윌리엄 그림 신부

윌리엄 그림 신부(메리놀 외방전교회),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
입력일 2021-12-21 수정일 2021-12-22 발행일 2021-12-25 제 327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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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시대 살고 있는 우리
갈수록 더 큰 위기 겪더라도
십자가를 부활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권능 믿으며 살아야
대림은 교회 전례력의 시작이자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기다. 대림 시기에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크리스마스 세일, 성탄 특별기획 방송, 캐럴 등 성탄 준비로 요란하지만 대체로 교회 전례는 종말의 전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경의 맨 마지막 요한 묵시록의 구절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과 지진, 전쟁과 전쟁에 관한 소문, 질병, 고통, 다양하게 해석되는 ‘네 기사’ 등을 이야기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을 제외하고는 이는 우리가 매일 뉴스를 통해 듣는 이야기들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인류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임계점을 넘었을 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다간 변이 바이러스에 붙이는 그리스 알파벳이 모자랄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며, 핵무기도 계속 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무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의 대치가 심화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으며, 홍콩과 태국에서는 시민사회가 위협받고 있다. 또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으르렁대고 있다. 부패와 불의가 각 나라와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심지어 가톨릭교회도 종말론적 충격을 받고 있다. 성직자 성추행, 방만한 조직 운영, 청년층 이탈, 교회에 대한 불만 고조 등으로 교회 공동체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말라버려 종교개혁 이후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최근 이러한 종말론은 성경을 넘어 핵전쟁 이후 혹은 기후재난 이후의 반(反)이상향적 세계를 소재로 한 영화와 만화, 소설 등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감안해도 우리는 종말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삶은 종말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종말이라는 말에는 더 깊은 뜻이 있다.

종말(apocalypse)이라는 말은 ‘껍데기로부터’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단어 두 개에서 왔다. 하나의 종말은 재앙 안에 숨겨진 하나의 비밀을 드러낸다. 그리스어 원문에서는 종말이었던 이 성경의 한 부분이 영어로 묵시록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종말론적인 비밀은 우리가 맞닥뜨리는 위기에 대해 하느님께서는 모두 알고 계신다는 것을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이를 주지하고 계시고 우리가 맞닥뜨리는 위기를 우리가 사랑을 통해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끄신다. 묵시록의 구절들은 숨겨진 존재와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 십자가를 부활로 이끄는 약속인 것이다.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가며 우리는 세계와 국가, 사회, 가정 안에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또 다른 많은 위기와 맞닥뜨릴 것이다. 적어도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붙이는 그리스어 알파벳을 더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와 재난은 실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우리의 십자가가 될 것이고, 우리가 하느님께 바라는대로 그렇게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해가 시작되면 또 한 해는 마무리될 것이다. 십자가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복음, 바로 재난이 우리와 하느님을 갈라놓으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평화로 이끄는 예상 밖의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말이다.

윌리엄 그림 신부(메리놀 외방전교회),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