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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착좌] ‘착좌’ 의미와 기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12-14 수정일 2021-12-14 발행일 2021-12-19 제 3274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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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영성적 교회 ②청소년과 동반 ③시노드 통한 쇄신 지향한다

착좌 - 교도권과 성화·사목의 임무 수행하겠다는 선포의 의미
앞으로 교구는 - 영적인 쇄신 추구하면서 청소년 사목 활성화 기대

착좌식에 이어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소명 실천에 본격적으로 나선 정순택 대주교. 정 대주교의 교구장 착좌미사에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새로운 목자의 착좌식은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서는 매우 깊은 신학적이고 사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교회에서 ‘착좌’가 갖는 중요성을 밝혔다. ‘착좌’의 교회법적, 전례적 해설과 함께 정 대주교 착좌 이후 앞으로 서울대교구, 나아가 한국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하는 바를 소개한다.

■ 왜 착좌식일까?

‘착좌’(着座)는 말 그대로 자리에 앉는다는 표현이다. 여기에서 자리는 주교좌성당에 있는 ‘주교좌’를 의미하며, 이는 교구장 주교가 앉는 의자다. 주교좌성당은 주교의 업무 자리(주교좌)가 있는 성당이라는 말로, 착좌미사 당일 주교좌명동대성당 제대 오른쪽에 놓인 나무로 된 의자가 바로 서울대교구 주교좌다.

주교좌에는 가르치는 임무(교도권), 성화의 임무, 사목의 임무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톨릭대학교 교수 윤종식 신부는 “전례적으로 주교좌에서는 시작예식과 마침예식을 할 수 있고 이 자리에 앉아 강론도 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는 이렇게 잘 하지 않지만, 원래 유럽에서는 이 자리에 앉아 의식을 거행하고 교도직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교좌에 앉음으로써 본격적으로 삼중직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선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교회 내에서 착좌는 교회법적으로 ‘취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착좌식은 실제적으로 취임식이라고 할 수 있다. 착좌식을 통해 교구장으로서 모든 권리와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 착좌 이후 교회는…

정순택 대주교는 착좌식에서 전임 염수정 추기경으로부터 목장을 전달받은 뒤, 주교좌에 착좌했다. 정 대주교는 착좌 후 첫 강론에서 교회의 영성적인 삶을 깊여 가고 젊은이들, 그중에서도 힘들고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과 동반하며 시노드를 통해 교구 쇄신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정 대주교는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시점에 교구장에 임명, 세계주교시노드 과정에서 그야말로 새 도화지처럼 온전히 모두에게 열린 상태로 세상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주교시노드 서울대교구 책임자 양주열 신부는 “정 대주교님께서는 어떤 일도 대충하려고 하지 않으신다”며 “어떤 편견이나 제한 없이 열린 사고를 갖추고 계신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자들은 물론 특히 여성과 장애인,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과 차별 등의 첨예한 대립 현장에 있는 소수 약자들을 비롯해 교회 밖에 있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길 원하신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에 대해 교구 내에서는 교회의 모든 일을 본인의 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길을 가려는 의지와 책임감을 보여주는 성직자로 알려져 있다. 또 교구 출신이 아니라 수도회 출신인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며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에게 협력해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우리는 하나의 팀”이라며 사제단의 일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교구 사제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새 교구장이 첫 강론 때 밝힌 세 방향에 대해 힘을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교구의 사목 방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실무 중심에 서 온 사목국장 조성풍 신부도 “교구장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 지향이 훌륭한 결실로 맺어질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회 내에서는 정 대주교가 수도회 출신 첫 한국인 서울대교구장으로 주목받은 만큼, 이제는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쇄신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2021년 서품반 대표 김우진 신부는 “코로나19 이후 신자들이 원래의 절반도 성당에 안 나온다”며 “영성적인 삶이 깊었다면 교회에 오고 싶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근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하느님께서 수도회 출신 주교님을 교구장님으로 뽑으셨을지 생각해보면, 이제는 정말로 교회가 영적으로 쇄신할 때”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대주교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교구 청소년담당 교구장 대리를 지내며 여러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해 청년들과 함께하며 섬기며 다스리는 모습을 보였다.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모인 곳이라면 학교든 본당이든 길거리든 마다 않으며 찾아가는 모습으로 코로나19로 위축된 청소년 사목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윤장원(바오로) 전 서울가톨릭대학생연합회 의장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체험할 수 있는 신앙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신임 교구장의 사목 정책에 관심을 표했다. 윤씨는 “코로나19 시국에 냉담하는 청년들과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교구 차원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을 신앙으로 이끌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월 8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착좌미사 중 정순택 대주교가 주교좌에 착좌하고 있다. 주교좌 착좌는 가르치는 임무, 성화의 임무, 사목의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선포의 의미를 지닌다. 사진 박원희 기자

■ 서울대교구 역사와 현황

한국 최초의 교구이자 수도 서울을 관할하고 있는 서울대교구는 한국교회의 중심 교구라 할 수 있다.

1831년 조선대목구(초대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로 설정된 교구는 모진 박해 속에서도 복음 전파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신앙 선조의 피땀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1882년 지금의 주교좌명동대성당(당시 종현본당)을 설립했으며, 이후 1911년 대구대목구를 분리하면서 ‘서울대목구’가 됐다.

1942년, 노기남 대주교의 서울대목구장 임명으로 한국인 주교 시대가 열렸다. 이후 1962년 대교구로 승격했으며, 1968년 김수환 추기경을 교구장으로 맞이했다. 1945년 해방 당시 6만5795명이었던 서울대교구 신자 수는 6·25전쟁 이후 급증했으며, 교구는 1970년대의 어두운 시대에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급성장했다.

특히 1974년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가 체포되는 사건을 계기로 교구는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어 1998년 당시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교구 시노드를 통해 해외 선교와 북한 선교, 생명과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교구 사목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왔으며, 2012년 교구장직을 이어받은 염수정 추기경은 교구민들의 신앙 기초를 튼튼히 하면서 개개인이 보다 충실한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힘써왔다.

현재 서울대교구 관할 지역은 서울시와 황해도 전 지역이며, 관할 지역의 인구는 995만 3009명, 신자 수는 153만4019명으로 신자 비율은 15.4%다.

조선대목구 설정 이래 교구의 역대 교구장은 전임 염수정 추기경까지 총 13명이다.

1967년부터 1년간 서울대교구장 서리를 지낸 수원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는 역대 교구장에서는 제외됐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