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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뒤돌아보기 / 임현택 신부

임현택 신부(제2대리구 중앙본당 제1보좌)
입력일 2021-12-08 수정일 2021-12-08 발행일 2021-12-12 제 327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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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나, 아름다운 곳이나, 무언가를 추억할 만한 장소와 시간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사진’입니다. 예전엔 카메라를 가지고 있어야 찍을 수 있었던 사진이, 요즘엔 핸드폰이라는 카메라를 각자 한 대씩은 가지고 있으니 쉽고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눈으로만 보기 아까운 풍경과 모습, 그리고 시간을 어떻게든 담아놓으려 사진으로 남겨놓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될 때쯤인 중학생 때 처음으로 사진을 접했습니다. ‘남는 건 사진이다!’라는 주의여서, 툭하면 사진으로 남겨두려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기도 하지요. 저랑 있으면 계속 포즈를 잡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나중에 사진을 공유해 주면 ‘역시 남는 건 사진이야’라고 하면서 좋아합니다. 하하하.

사진을 찍으면서 참 재밌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하나의 장면을 보면서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사진의 느낌이 달라지고, 또 하나의 장면을 어떤 구도로 찍느냐에 따라서도 사진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걸으면서 그 풍경을 제 핸드폰 카메라에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커플이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더군요. 제가 가고 있는 방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사진 찍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고 있던 거죠.

그런데 사진을 찍고 나서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배경이 별로 안 예쁜 거 같아”하면서 제가 있는 쪽인 뒤를 돌아보더라고요. 그러고 하는 말이 “뒤쪽 배경이 조금 더 예쁜 거 같은데?”하면서 방향을 바꿔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두 커플을 지나서, 좀 걷다가 슬그머니 뒤를 돌아봤어요. 제가 가던 방향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오는 길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왼쪽, 오른쪽을 포함한 앞을 보고 걸어가지요. 그러다 보니 당장 앞에 있는 풍경만 마음에 담아요. 당장 앞에 있는 즐거움, 아니면 짜증, 절망들만 말이지요.

그런데 그럴 때 뒤를 한 번 돌아보세요. 그러면서 숨을 한 번 돌려보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때가 있었는데…” 할 수도 있고, “저런 힘겨운 때도 견뎌냈는데…”라고 하면서 다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아침기도 못지 않게 저녁기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녁기도 때마다 뒤를 돌아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을 뒤돌아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궁금하네요!

임현택 신부(제2대리구 중앙본당 제1보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