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과메기

이재복(벨라도·마산 고성본당)rn
입력일 2021-12-07 수정일 2021-12-07 발행일 2021-12-12 제 327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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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의 해변에서

겨울바람에 나를 맡기니

목선따라 스며드는

날카로운 냉기가

나를 왜소하게 만든다

나의 존재, 나의 이름

겨울파도 앞에서는

밀려나는 모래알이다

해변가에 늘어 선

막대기에 매달린

청어들의 일렬 퍼레이드

청어의 자태는 온데 간데 없고

소금바람에 절여지고

얼었다가 녹여지고

또 다시 얼어간다

그의 존재, 그의 이름

자연 앞에서는 벌거숭이 생선이다

세상사에 매달린 인간

막대기에 매달린 생선

무엇이 다르겠는가

커다란 겨울바다

차가운 겨울바람

그 앞에서는

한낱 모래알이며 한 마리 생선이다

그러나

쓰라린 아픔은 왔다가 가는 것

그래서

따가운 겨울바람 등지며

나는 나의 이름을,

생선은 과메기의 이름을

가슴과 아가미로 불러본다

그 이름

따뜻하게 불러 주시던

어머니, 아버지를 기억하면서

이재복(벨라도·마산 고성본당)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