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해변에서
겨울바람에 나를 맡기니 목선따라 스며드는 날카로운 냉기가 나를 왜소하게 만든다 나의 존재, 나의 이름 겨울파도 앞에서는 밀려나는 모래알이다 해변가에 늘어 선 막대기에 매달린 청어들의 일렬 퍼레이드 청어의 자태는 온데 간데 없고 소금바람에 절여지고 얼었다가 녹여지고 또 다시 얼어간다 그의 존재, 그의 이름 자연 앞에서는 벌거숭이 생선이다 세상사에 매달린 인간 막대기에 매달린 생선 무엇이 다르겠는가 커다란 겨울바다 차가운 겨울바람 그 앞에서는 한낱 모래알이며 한 마리 생선이다 그러나 쓰라린 아픔은 왔다가 가는 것 그래서 따가운 겨울바람 등지며 나는 나의 이름을, 생선은 과메기의 이름을 가슴과 아가미로 불러본다 그 이름 따뜻하게 불러 주시던 어머니, 아버지를 기억하면서이재복(벨라도·마산 고성본당)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