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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세대 차를 뛰어넘는 여성들의 자매애를 기대하며 / 이미영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입력일 2021-12-01 수정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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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의정부교구 평협 여성분과와 함께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 의식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교회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50~60대 여성 신자들이 주로 응답하고 20~30대 젊은 여성 신자들의 응답은 아주 적었지만, 이 조사를 통해 여성 신자 세대 간 인식 차가 아주 크다는 점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30대 젊은 여성 신자들은 “결혼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라는 응답이 76%나 되었고, 자녀 양육에 관해서도 90% 응답자가 “아버지, 어머니가 똑같이 자녀를 돌볼 책임이 있다”라는 데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들은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사목회장이나 성체분배자 등 다양한 직분을 맡아 봉사하는 것, 심지어는 여성 부제나 사제에 관해서도 동의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교회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낮았고, 현재 교회의 문화가 여성 차별적이라며 비판적인 인식이 강했습니다.

이에 반해, 현재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여성 신자들은 주로 60대 이상 고령층인데, 이들은 신앙생활은 열심히 하지만 여성 인식은 대체로 낮았습니다. 60대 이상 여성 신자들은 봉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계속 활동하느라 지치기는 하지만, ‘한국천주교회에서 여성 신자들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75% 정도 되었습니다.

이들은 평신도 사도직을 활성화하려면 오히려 활동이 저조한 남성 신자들을 위한 남성분과가 필요하지 왜 여성분과가 따로 있어야 하냐고 의문을 품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성 평등 문화에 아주 민감한 20~30대 젊은 여성 신자들과 그 문제의식에 별로 관심 없거나 동의하지 않는 60대 이상 여성 신자들 사이의 인식 차가 이렇게 크다면, 신앙 안에서 서로 공감대를 찾기도, 소통하기도 어렵겠구나 싶습니다.

다른 자리에서 20~30대 젊은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잘 보이지 않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여성 청년이 말하길 사회에서도 여성의 인권과 평등을 말하는 것이 여전히 험난하여 지치고 괴로운데, 별로 여성 인권에 관심 없고 오히려 더 억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은 교회에서 굳이 마음 불편해지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만약 여성 인권 관련 이슈들을 교회 안에서 이야기한다면,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비난부터 받을 터이니 솔직하게 이야기하기가 두렵고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요. 자기 생각과 고민을 솔직히 나눌 수 없는 공동체이니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설문결과 발표 세미나 때 10대 두 딸을 둔 아버지가 토론하면서, 딸들에게 어린이 성경을 읽어주는데 아이들이 “남자의 갈비뼈를 뽑아서 여자를 만드셨다고요? 남자에게서 여자가 나왔다면 여자는 1+1 같은 존재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70대 여성 참가자 한 분이 “어쩜 제가 10대 때 했던 생각을 그 딸들도 똑같이 했네요”라고 공감하셨습니다. 문득, 지금 고령의 선배 여성 신자들도 청년 시절에는 나름대로 여성으로서 고민이 있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20~30대 젊은 여성 신자들과 60대 이상 신자들 사이에 낀 40~50대 여성 신자들은 직장생활하는 이들도 많고 가정이나 사회에서 성 평등한 문화에 공감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도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여성들만 활동하는 ‘자모회’가 아니라 부모가 함께하는 ‘자부모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꼭 주방 봉사가 아니더라도 여성 신앙인으로서 기쁘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도직 활동을 기대합니다.

이 40~50대 여성 신자들이 다양한 여성 평신도 사도직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인식 차가 큰 두 세대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성령으로 잉태한 젊은 마리아가 나이든 몸으로 임신한 친척 언니 엘리사벳을 찾아가서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나누며 기쁨을 주고받았던 것처럼, 오늘의 교회 여성들도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의 인식 차를 좁혀가며 따스한 자매애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영 우리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