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탈리타 쿰

조경희(잔다르크) 명예기자
입력일 2021-11-24 수정일 2021-11-24 발행일 2021-11-28 제 327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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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8년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며, 제 신앙의 중심에 있는 성경 말씀은 “탈리타 쿰!”(마르 5,41)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라는 의미의 이 말씀은 제가 신앙적으로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주님께서 저를 일으켜 세우시는 말씀이 됐습니다.

저는 1983년 1월 23일 마산교구 진주 칠암본당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 받기 5년 전부터 한센인들의 보금자리인 경남 산청 성심원 봉사활동에 함께한 것이 세례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세례를 받고 나서는 12명의 친구들과 매월 봉사활동을 하고, 겨울이 오면 찹쌀떡 장사를 하며 수익금을 전달했습니다. 이때부터 저에게 신앙생활은 그저 주일에 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하는 수준 그 이상이 된 것 같습니다.

인천교구로 교적을 옮기면서부터는 청년 레지오마리애 단원이 되기도 했고, 교구 가톨릭사진가회에 입회하여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교구 성당을 소개하는데 봉사하였으며 현재까지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탈리타 쿰’은 성모신심을 통해 저에게 깊이 새겨졌습니다.

2011년 인천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성당 도보순례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성모님의 은총과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3월 12일부터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일인 6월 6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주일 116개 성당과 신학교, 갑곶성지, 백석 성직자 묘지를 차례로 순례했습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지역 가톨릭교회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꼈고, 함께한 신자들이 서로 화합하면서 친교를 나눈 점과 교구 세 분 주교님을 모시고 함께 했던 50주년은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습니다. 힘들 때마다 ‘탈리타 쿰’을 일깨워주신 성모님의 사랑은 저에게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2018년에는 인천교구에 파티마 성모상을 모신 성모당이 들어섰습니다. 교구는 성모당 완공을 위해 5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교구 내 125개 본당을 순회하며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저희는 파티마 성모상을 모시고 입당 행렬과 가마 행렬을 했고, 묵주기도와 경배를 했습니다. 마치 성모님과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순례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011년과 2018년의 은총은 올해에도 여전히 이어졌습니다. ‘탈리타 쿰’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올해는 인천교구 설정 60주년과 김대건 신부님 200주년 희년을 맞이하여 남편 라우렌시오와 함께 인천교구 도보순례 1코스 온유의 길(11.4㎞)-도화동성당-화수동성당-제물진두순교성지-해안성당-답동주교좌성당-성모순례지를 걸었고, 2코스 부평2동성당-일신동-소사성당까지(9.2㎞)는 추석연휴에 가족이 함께 순례하기도 했습니다. 9코스 사랑의 길(29.85㎞)까지 33개 본당과 순교성지를 순례하며 성모님의 깊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전국 각지의 순교성지 성당들도 함께 순례했습니다. 앞으로도 ‘탈리타 쿰’은 그저 가만히 머물지 않고, 주님을 찾고 경배하기 위해 일어서는 저의 신앙생활의 신념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온몸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장 큰 영향을 주시고 기도해주신 김 글라라 세례 대모, 박 요안나 견진 대모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60년 동안 레지오마리애 활동을 이어오며, 늘 대녀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던 요안나 대모님은 얼마 전 향년 93세를 일기로 선종하셨습니다.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조경희(잔다르크)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