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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일기] 하느님, 감사합니다 / 문상준 중령(진)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합동참모본부
입력일 2021-11-09 수정일 2021-11-10 발행일 2021-11-14 제 326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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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장교의 병영일기를 연재하던 권영훈(레지나) 중령이 자신의 뒤를 이어 병영일기 연재에 생각이 있느냐고 제안했을 때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이것도 하느님의 뜻이라는 생각과 함께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면서 펜을 들 용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하느님의 아들이 된 것은 대위 진급을 목전에 둔 중위(대위 진급 예정자) 시절이었습니다. 천주교 신자이신 고모가 소개해 주신 성당 부속 유치원에 다녔으니 하느님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06년 보병 소위로 임관하고 나서 전방에서 근무할 때 주말 외출 중 우연한 기회에 방문한 성당을 보고 마법처럼 끌렸고 그 일이 계기가 돼 성당에 나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교회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 교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성당에 나가면서 곧 알게 됐고 그 후 2년이 지나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업과 교리 공부를 병행한 끝에 신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동안 매주 미사도 빠지지 않고 참례했고 몇 달 동안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성당에서 교리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고 나니 다른 신자들처럼 성체를 모실 수 있는 자격이 생겨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례를 받은 후부터 감사할 만한 좋은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좋은 일, 힘든 일이 생기거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될 때면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감사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습니다. 아내 베로니카를 만나 결혼을 결심할 때, 딸 미카엘라와 아들 라파엘이 태어날 때, 부대에서 어려움에 봉착했다가 문제가 풀렸을 때도 그랬습니다. 뜻했던 바를 이루지 못해 실망했다가 나중에 돌아보고 오히려 그렇게 됨으로써 일이 더 잘 풀렸던 적도 있어서 감사기도를 드린 적도 있습니다.

육군에서는 ‘감사나눔 1·2·3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1일 1권 독서를 하고, 1주에 2번 선행 또는 2번 칭찬을 하고, 1일 3번 감사하는 것이 이 운동의 핵심입니다. 평소 하느님께 감사하는 대로 감사를 실천하다 보니 부대 차원의 감사나눔 운동에도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좋은 일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또 감사할 일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동료, 상관, 부하들에게 감사하니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이들과 함께 계신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를 나누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마무리하고 퇴근할 수 있음에 하느님께 짧은 감사기도를 올립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주님을 경배하는 이들아, 모두 신들의 신을 찬미하여라. 그분을 찬송하고 그분께 감사하여라. 그분의 자비는 영원하시다.”(다니 3,90)

문상준(가브리엘) 중령(진) ,합동참모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