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경계를 넘어, 지평을 더 멀리 / 김지영

김지영(이냐시오)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대우교수
입력일 2021-11-09 수정일 2021-11-09 발행일 2021-11-14 제 326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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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빈자, 권력자와 서민, 동양인과 서양인, 삶이 괴로운 이와 즐거운 이….

어떤 처지를 막론하고,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지금 똑같은 재앙을 겪고 있다. 새천년 이후 인류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세 가지의 재앙, 기후위기, 가짜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무엇으로 인류를 살리고 지구를 구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먼저 자업자득의 문명에 대한 성찰부터 하게 됐다. 그러면서 새삼 깨닫게 된 것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결국 하나’라는 점이다.

지구 존재에 대한 칼 세이건의 토로가 다시 와 닿는 때이다. 지난 1990년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지구로부터 61억㎞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지구사진을 찍어 전송해왔다. 이때 우주계획에 참여했던 칼 세이건은 사진 속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의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둠의 우주 속 외로운 알갱이 하나입니다. 이 거대함 속의 우리를 구해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전혀 없습니다.”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 친절하게 대해야 하며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하게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새 밀레니엄이 열린 이래 대두한 3대 재앙은 사람들이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재앙들을 잘 극복하고 나면 인류사회에 희망의 대전환, 뉴노멀이 자리를 잡을 것임을 알게 됐다.

인류는 여러 측면에서 문명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고, 사람들은 우주의 영토를 계획하면서 달 위의 농작물 재배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기에 이르렀다.

이 대전환기에 사람들은 스스로 초래한 재앙부터 극복해야 하는데, 칼 세이건의 말처럼 서로 친절하게 대하는 일이 열쇠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친절이란 다시 말해 상호 이해와 존중, 협력과 연대와 같은 평화 유지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정치와 경제, 과학기술 등 많은 분야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특히 진리의 절대성을 추구하느라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기 쉬운 종교의 각성이 중요하다.

이 점에 대해 올해 타계한 세계적 신학자 한스 큉은 생전에 이렇게 강조했다. “종교간 평화 없이 세계 평화는 없다.”

그는 “세계의 모든 종교가 각기 절대적이고 최종적인 진리를 독점하려 하지만 이제는 대화를 통해 서로 배우고 돕는 관계를 이뤄야한다”면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세계종교 공통의 윤리를 기초로 이제는 지구적 책임을 갖고 글로벌 윤리를 실천함으로써 세계평화에 이바지하자”고 제창했다.

각 종교가 ‘나’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계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먼저 자신을 쇄신하고 변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 가톨릭교회라면 특유의 성직중심주의부터 남성 우월주의 또는 편중주의, 관료주의, 그리고 나날이 신자유주의로 기울고 있는 세속적 물질주의를 바로 잡아야한다.

평신자들도 성찰할 점이 많다고 본다. 이른바 ‘열심한 신자’들일수록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거나 변화와 쇄신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눈을 감고 예전의 관습을 유지하는 데에 정성을 다 바치기도 한다. 가톨릭교회 스스로 경계를 넘어 지평을 혁명적으로 확장했던 2차 바티칸공의회도 이미 60년 전의 일이건만, 아직도 그 이전의 인식에 머물러있기도 하다. 실상 교회체제를 유지하는 데에는 이 같은 신앙생활 태도가 유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전환기에 ‘나’의 좁은 울타리, 그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일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꿈을 꾸어야합니다. 한 인류로서, 길동무로서, 우리 공동의 집인 이 땅에서 형제자매로서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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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이냐시오)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