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2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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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은 지음/220쪽/1만5500원/라곰
중환자실 간호사의 죽음에 대한 시선
삶과 죽음이 오가는 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 전지은(클라라)씨는 미국 콜로라도 펜로즈 병원 중환자실에서 20년, 환자를 상담하는 케이스 매니저로 11년간 일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돌봤다. 매일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며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들고, 그 무게가 버거워 내려놓고 싶었다고 말하는 전씨.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사실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떠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애달프고 무거운 사건들 안에 반짝이는 마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극심한 우울증을 겪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청년은 자신의 장기를 나눠 세상에 사랑을 전했고, 전 재산을 병원에 기부한 동료 앤은 “내가 조금이라도 나눠 주고 가면 도움 받은 사람이 또 누군가에게 같은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저자와 각별한 인연이었던 한 수녀는 죽음을 앞두고 “하느님이 부르시면 곁으로 가려고, 난 언제라도 갈 준비가 돼 있어”라며 편안하게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래도,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다」 안에는 외롭고 쓸쓸하지만 동시에 절대적 평화이기도 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전씨는 “나의 시선을 통해 전해지는 책 속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셈”이라며 “삶의 연장선상인 죽음을 맞는 자세에 공감할 수 있다면, 또 이를 통해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