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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노년의 마음

강병순(아우구스티노·마산교구 고성본당 상리공소)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2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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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글월을 쓰는가 보다. 나이 들면서 요즘은 한해가 하루처럼 흘러간다. 무심한 세월은 화살과 같이 빨라 팔순도 반을 넘긴 인생 황혼을 맞았다.

우리의 삶을 한 줄로 쓰면, 나서 살고 죽는 것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가 코앞에 왔다지만, 운동이나 현대의술, 취미생활로 물리적인 나이는 어느 정도 연장할 수 있을지언정 인간의 수명은 이순(耳順)의 마지막인 죽음을 비껴갈 수 없는 것이다. 해서 성경에서도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4,42)라고 말한다.

여보게! 강 노인, 행복한가?

불행했던 때를 생각하고 침울한 생각에 젖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족하게 여길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 행복해진다.

스스로 만족하고 편안히 살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사도 바오로는 어떤 형편에 있든지 간에 만족하기를 배웠다고 말한다. 어떤 형편에서든지 나는 만족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교만하지 말고, 없다고 비굴하지 않고, 만족케하는 믿음의 소유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만족하고, 늘 감사하라.

성령의 인도로 믿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 안에서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고, 배부르고 배고픔에 처할 줄도 아는 풍부와 궁핍에 대처하는 일체의 비결이 있음을 알라.

노년의 행복과 영성은 늙음과 죽음까지 모든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온다고 하였다. 어느 시인은 노년의 삶을 ‘연옥의 봄’이라고 표현하였듯이, 이제는 노욕의 주머니를 한둘 내려놓고 모두를 사랑하고 용서하며 노년의 영성을 받아들임이 좋겠다.

항상 오늘도 건강하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참신앙인의 자세인 낮은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소망을 묵상하는 묵주기도 성월을 기리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강병순(아우구스티노·마산교구 고성본당 상리공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