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유흥식 대주교 자가격리 해제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1-11-02 수정일 2021-11-02 발행일 2021-11-07 제 3268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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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로 부활했다” 교황님 덕에 웃었죠
“교황과 문 대통령 만남 앞두고 할 일 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 

지난 6월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가 본지와의 인터뷰 중 환하게 웃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유흥식 대주교가 완치됐다.

유 대주교는 지난 10월 22일 성직자성의 한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자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았고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유 대주교는 교황청 방역 규정에 따라 10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가격리 기간 중엔 교황청 내 성녀 마르타의 집에 머물며 성직자성 업무를 본 유 대주교는 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관련 준비에도 참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유 대주교의 근황을 염려하며 전화로 세 차례 안부를 묻고, 방안에 갇혀 갑갑해 할 유 대주교를 위해 책과 간식을 보내기도 했다. 유 대주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갇혀 있는 몸이 돼 교황님께서 많이 아쉬워하셨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원래 10월 31일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했지만, 교황청 보건당국은 유 대주교가 무증상 감염자임을 감안해 검사를 29일로 앞당겼고 30일 오전 9시 음성 판정을 받으며 자가격리에서 해제됐다.

유 대주교는 “30일 오전 자가격리에서 풀려난 뒤 점심시간에 성녀 마르타의 집 식당에 내려갔는데 마침 식사를 하시던 교황님과 눈이 마주쳤다”면서 “교황님께서 자리에서 일어서시기에 다가갔더니 교황님께서 ‘라자로가 부활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쳐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크게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 대주교는 “교황님께서는 ‘유 대주교가 코로나19에서 완쾌돼 기쁘다’면서 ‘이제 좀 쉬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유 대주교는 “무증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데 갇혀 있어 갑갑하기도 하고 교황님과 문 대통령의 만남을 앞두고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할 수 없게 돼 교황님께 많이 죄송했다”면서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으로 알고 순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과의 환담 중 “유 대주교를 교황청에 선물로 보내줘서 고맙다”면서 “여기에서 존재 자체로 큰 기쁨을 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