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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구세주 콤플렉스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10-26 수정일 2021-10-26 발행일 2021-10-31 제 3267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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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으면 안 된다’는 망상적 신념
자신이 쓸모없다는 자의식이 원인
인정받은 경험 부족한 경우 많아

우리는 주님을 구세주라고 부릅니다. 세상을 구원하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가끔 본인을 구세주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명 ‘구세주 콤플렉스.’

이것은 어떤 증세인가? ‘내가 없으면 가족들이 다 굶어 죽을 거야’ 혹은 ‘내가 없으면 우리 단체가 엉망이 될 거야’, ‘내가 없으면 모든 게 다 망가질 거야’ 등의 망상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구세주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깊은 병적인 자의식을 가질 때 이런 콤플렉스가 발생합니다. 이들은 쓸데없는 일을 자꾸 벌입니다. 일을 벌여놓으면 추스를 사람이 필요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그런 일을 함으로써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란 생각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해도 될 일을 자신이 해놓고 왜 자기를 도와주지 않는 것이냐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습니다. 힘들게 일하는 것을 보아달라는 투정입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아주 피곤해합니다. 이들은 봉사를 하면서도 생색을 내려고 하고 어떤 보상이라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봉사 단체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오는 것을 반기질 않습니다.

이들은 사람을 키우질 않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강해서입니다. 그래서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면 “너희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왜 이런 콤플렉스가 생긴 것일까요? 대개 이런 분들은 어린 시절 부모님께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늘 소외감에 젖어 살던 사람들이 나이 먹고 나서 성당에서라도 인정을 받기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것인데, 본당 신부들 입장에서는 아주 난감합니다. 열심히 봉사하시니 고마운데 다른 사람들을 근처에도 못 오게 하니 난감한 것입니다. 대개 이런 분들은 달리 할 일이 없어서 본당에서 잔소리쟁이로 군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계륵’입니다.

아재 개그 하나 하겠습니다. 고해소에 한 처녀가 들어왔습니다. “신부님, 죄를 지었습니다.” “어떤 죄인가요?” “제 미모 때문에 많은 사제들의 마음을 힘들게 했습니다.”

‘헐!’ 그런데 고해신부가 듣다보니 그리 미모가 없는 자매임을 알게 됐습니다.

“자매님 괜찮습니다. 우선 자매님 때문에 힘들어하는 신부는 한 사람도 없음을 아시기 바라고요. 또 착각은 누구나 하는 것이기에 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자매가 “착각이라니요! 어떤 신부님이 저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다고 하셨단 말이에요!”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떤 신부이신지?” “모모 신부님이요~” “아~ 그 신부님은 늘 모든 자매님들에게 똑같은 말을 합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신부님도 저 때문에 마음이 흔들려서 샘내는 것이지요?”

고해신부가 대답이 없자 그 자매는 “대답해보세요!”라고 계속 재촉을 했습니다. 그랬는데도 대답이 없자 자매가 성질이 나 고해소 문을 열었는데 고해신부는 이미 도망간 다음이었다고 합니다.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