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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선물: 첫 번째 퍼즐 / 정원준

정원준(미카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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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나 포울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작고 초라하며 보잘것없는 한 마리 애벌레가 있다. 그는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보면서 나약하게 살아가고 있다. 사실, 그는 먼 훗날에 자신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되는지 상상도 못 한다. 그런데도, 한 마리의 애벌레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경험과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이들을 통해서 자신의 부족한 모습도 얼마나 좋은지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렇게 그는 자기 내면을 바라보는 양심 성찰을 하면서,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것은, ‘언젠가 지금 모습은 죽고 없어진다. 하지만, 나의 진실한 삶의 경험을 통해서 잘 헤쳐나간다면, 그 안에 가려져 있던 나의 참모습은 껍데기를 깨고 새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런 알쏭달쏭 난센스 같은 퀴즈를 안고 한 마리의 애벌레는 강변을 따라서 언덕을 넘고, 깊은 숲을 지난다. 그리고 결국에는 지금 모습을 서서히 잃게 된다. 자신의 진정한 죽음을 통해서, 아주 아름다운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들판의 이 꽃과 저 꽃을 훨훨 날아가게 되어 많은 꽃들에 희망을 준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나에게 그 책의 내용은 한 마리 애벌레가 어떻게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가는지, 동시에 어떻게 꽃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지 그 과정만을 서술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도 모르는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을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하나씩 끄집어내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 이야기는 현재 나에게 ‘직암회 선교사로 잘 살아가고 있는지’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난 시간을 타임머신의 시계로 되돌렸을 때, 나의 과거는 한 마리의 보잘것없는 애벌레였지만 현재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해 미래를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13일에 나는 서울 신당동본당에서 ‘미카엘’이라는 세례명으로 하느님의 새로운 자녀가 되어 다시 태어났다. 그때 당시 세례성사를 받았다는 것은 나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고 벅찬 일인지 모른다.

정원준(미카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