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4주년] 팬데믹 시대, 교구민 신앙생활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20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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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84.2% “코로나19 통해 공동체의 소중함 깊이 인식”
■ 올 3월 ‘수원교구 신자들의 신앙생활’ 조사 발표
신도시와 구도시·도농복합 지역 공존하는 교구 특성상
지역별 2개씩 6개 본당서 353명 대면조사 실시
응답자 80.8% 매주 미사에 참례하는 열심한 신자들
■ 코로나19 이후의 변화
미사 중단 땐 온라인 미사·대송기도 등 나름의 방식 찾아
47.6% ‘신앙심 변화없다’ 답했지만 41.5%는 ‘약화됐다’ 답변
응답자 67.2% “코로나 끝나면 신앙생활 더 열심히 할 것” 다짐 

수원교구 신자들은 ‘코로나19를 통해 신앙과 교회 공동체의 소중함을 더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또 ‘일상생활에서 신앙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매주 주일미사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생각은 약해졌다’는 답을 내놨다. 제2대리구 호계동본당 주임 최영균 신부가 변미리 교수(가타리나·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장, 시립대학교 겸임교수)와 함께 올해 3월 구도시 2개 본당, 신도시 2개 본당, 도농복합지역 2개 본당 등 교구 내 6개 본당 353명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시대 ‘수원교구 신자들의 신앙생활’ 결과다.

조사 내용은 지난 5월 6일 열린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신앙연구소 제40회 학술발표회에서 ‘코로나 시대의 신앙생활과 가톨릭교회의 역할’ 발표에서도 조명됐다. 팬데믹 이후 교회가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미래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인지 살펴볼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는 조사였다.

주요 사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시대 교구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살펴보고 최영균 신부 인터뷰를 통해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알아본다.

‘수원교구 신자들의 신앙생활’ 조사(2021.3. 최영균 신부·변미리 교수)

연구진이 조사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환경에서 교구 신자들이 어떤 변화를 경험했을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수원교구의 지역 환경은 신도시와 농촌적 특성을 가진 구도시, 그리고 도시와 농촌 특성이 혼재된 도농복합 지역 등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사가 구도시 2개 본당(안양 호계동·안양 비산동본당), 신도시 2개 본당(동판교·광교2동본당), 도농복합지역 2개 본당(광주 광남동·용인 모현본당)으로 정해진 배경이다. 설문 대상의 구성비도 구도시 31%, 신도시 42%, 도농복합지역 27%로 이뤄졌다.

353명 응답자는 40대 이하 20.4%, 50대 27.5%, 60대 이상 52.1%로 응답자 절반 정도는 50대 이하였다. 나머지는 60대 이상의 분포를 보인다. 성별은 남성이 37.1%, 여성이 62.9%였다. 92%가 ‘신자가 된 지 5년 이상’이었다.

■ 응답자 특성 ‘열심한 신자’

조사는 주일미사 참례자 대상으로 대면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때문에 ‘열심한 신자’가 이번 응답자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응답자들은 80.8%가 “코로나19 이전에 매주 미사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신도시(85%)와 60대 이상 여성(85.1%)에게서 ‘매주 미사에 참여’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94%의 응답자는 본인 생활에서 종교활동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종교 활동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종교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정도에 대해 89.3%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치거나 어느 정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2020년 한국리서치 지표조사 종교 부문 조사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종교가 신앙으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역할보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더 크다’고 밝힌 종교 인식과 비교된다. 즉 수원교구의 열심한 신자들은 종교가 자신의 신앙에 미치는 영향력을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보다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코로나19로 달라진 신앙생활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미사가 중단되는 등 신앙생활이 이전과 달라진 상황에서 “신앙과 교회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깊이 인식했다”(84.2%)고 답했다. 또 “일상생활에서 신앙 실천이 중요하다”(84%)고 밝혔으며 “본당 사제나 수도자, 신자들의 안부가 궁금하다”(79%)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경험 이후 전체 응답자 중 10명 중 4명은 ‘신앙심이 약화됐다’고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해 미사와 공동체 전례에 참여하는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신앙심이 약화됐는지’ 묻는 질문에 “신앙심이 약화되지 않았다”는 답은 47.6%였고, “신앙심이 약화됐다”는 답은 41.5%였다.

‘신앙심이 약화됐다’는 집단은 구도시 지역, 여성, 60대 이상, 주부 집단 등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 결과는 현재 교구 주요 신자 층이 코로나19 상황을 경험하며 신앙심의 약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미사 참례가 가능하지 않았을 시기에는 어떤 방식으로 신앙 실천을 했을까. 10명 중 5~6명 정도는 온라인 미사와 전례를 시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중 56.9%는 “가톨릭평화방송 등에서 제공하는 미사와 전례 시청”으로 답했고 ‘주님의 기도, 묵주기도, 성경 읽기 등 대송기도를 바쳤다’는 응답은 46.2%였다. 24.9%는 ‘본당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미사나 말씀을 SNS와 같은 매체를 통해 받았다’고 했다. 신도시 지역에서 교계 방송의 미사와 전례를 시청한 비율이 높았고, 구도시와 도농복합지역은 본당이 제공하는 동영상 등의 의존도가 높게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미사 전례와 관련한 시사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코로나19가 끝났을 때 TV나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신앙 관련 프로그램을 시청할 것인가’ 질문에서는 42.9%가 ‘시청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시청하지 않겠다’는 부정 평가는 36%였다. 긍정 평가가 높은 집단은 도농복합지역, 50·60 대 이상 연령층에서 나왔다. 부정적으로 답한 집단은 구도시 지역, 40대 연령층이다.

관련해서 ‘성당의 전례인 미사나 신앙 관련 교육 등이 유튜브나 인터넷 등 비대면 온라인 형태로 하는 것이 어느 정도 편한지’ 묻는 질문에는 ‘편하다’ 고 답한 비율이 41.4%로 제일 많았고 ‘보통’(33.8%), ‘불편하다’(24.8%)가 뒤를 이었다. 여기서는 신도시나 도농복합지역, 50대에서 ‘편안하다’는 응답률이 높았고 구도시와 60대 이상에서는 편안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온라인과 비대면 방식이 확장되고 있지만 지역과 계층에 따라서는 비대면성이 편안하거나 익숙한 것이 아닌 방식으로 인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팬데믹 이후 신앙생활 ‘열심해 질 것’

코로나19 이후 시기 신앙생활에 대해 신자들은 “더욱 열심히 할 것”(67.2%)으로 응답했고, 66%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반인 55.3%는 여전히 외출 모임이나 외식을 자제하게 될 것으로 봤다.

한편 절반이 넘는 55%의 응답자는 포스트코로나 시기에 미사참례나 교회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답변은 여성과 50·60 대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교회는 ‘본당 중심에서 벗어나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돌보는 일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에 집중’(39.3%)할 필요가 있으며, ‘전례, 교육, 선교와 같은 교회의 사명을 다 해야 한다’(26.8%)는 생각이었다. 20.5%의 응답자들이 ‘다음 세대인 청년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과 집중적인 투자’를 향후 교회가 해야 할 일로 꼽았다.

이런 교회 역할을 위해 사제가 갖춰야 할 리더십 덕목으로는 ‘친절하고 신자들과 소통을 잘하고’(44.5%), ‘본당 체계를 잘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24.9%), ‘신자들을 잘 관리하며 개인 생활이 철저할 것’(15.4%)이 기대됐다. ‘성경과 교리 지식에 해박하고 강론을 잘하는 사제’(15.1%)도 언급됐다.

전반적으로 신자들이 바라는 사제는 ‘신자들에게 친절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본당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이 항목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신자들을 잘 관리하고 개인 생활이 철저한’ 카리스마적 사제 리더십은 도농복합지역에서 가장 높게 선호됐으며, ‘강론을 잘하는 사제’는 신도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 교회 역할에서 사회교리의 중요성도 대두됐다.

응답자의 85.1%는 ‘교회가 신자들이 환경, 인권, 경제, 정의 등 사회생활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침이 되는 사회교리를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교구 신자들이 ‘교회가 사회적 사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니고 있음을 드러낸다.

◆ ‘수원교구 신자들의 신앙생활’ 조사한 최영균 신부

“감염병 퍼져도 신앙심은 불변… 실천 방법 변할 뿐”

온라인에 늘어나는 영성 콘텐츠 보며 ‘교회적인 것’의 가치 새롭게 깨달아

신자 각자가 유용한 방법 받아들일 것

2020년 1월 20일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은 생활을 급변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변했다기보다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사회제도와 구조가 변했다.

제2대리구 호계동본당 주임 최영균 신부는 궁금증이 일었다. ‘구조가 인간 삶의 방식을 지배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교회 구조 안에 사는 신자들의 신앙 살이와 의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시대 교구 신자들의 신앙생활 현황을 조사한 배경이다.

최 신부는 “성사활동, 개인의 신앙생활,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 대한 연대 의식 등 세 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조사를 통해 가톨릭 신앙이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지지된다는 것과 바뀐 환경에 따라 신앙을 수행하는 방법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연구는 주일미사 참례자 대면조사로 진행됐다. 기존의 코로나19 관련 조사와 차별을 이루는 지점이다. 온라인 방식의 다른 조사 자료는 실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 인터넷 기술 관련 기기에 익숙한 세대들이 대거 포함되기에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들의 의식과 생활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조사는 실제 본당에 충성도가 있는 신자들의 의식과 삶을 들여다보는 의의가 있다.

조사 과정은 쉽지 않았다. 6개 본당을 돌며 일일이 설명을 하고 본당 봉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대면조사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팬데믹 시대 교회에 사목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명으로 임했다”고 밝힌 최 신부는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시간이지만, 어려워도 미사에 나오고 교회 가르침대로 일상을 보내는 신자들과 신앙과 영성의 콘텐츠가 온라인 및 네트워크 상에서 공유되는 모습 등 여전히 ‘교회적인 것’은 작동한다는 것을 살피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밝혔다.

최 신부는 팬데믹 이후 교회를 ‘희망적’으로 봤다. “성사가 사이버 공간에서 언택트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일부 우려는 기우가 될 것 같다”는 최 신부는 “성사 생활 양식이 다시 예전으로 복귀하며 눈과 몸으로 교감하는 인격적 만남 안에서의 성사 은총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분명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네트워크 발전으로 인한 교회 정보와 지식, 또 온라인 미사 등은 보조적으로 신자들 신앙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방식은 무조건적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 이론에 따라 자신에게 유용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것만 받아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의 교회 공간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교구가 창의적인 인플루언서를 신앙적이고 올바르게 양성하고 촉진하는 일에 중점을 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최 신부는 또 “사목자들은 대면이든 네트워크의 만남이든 더 섬세하게 사람들을 살피고 찾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