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알아듣기 힘든 교회 / 성슬기 기자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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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의 세계주교시노드 개막미사 강론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우리 모두가 주교시노드에 초대된 하느님의 백성이며, 공동의 책임감을 갖고 함께 걸어 나가는 ‘시노드 교회’가 돼야한다고 당부했다.

함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와 소통의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ACN의 ‘100만 어린이의 묵주기도’ 행사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행사는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정작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그 안에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여러 인사말들이 어른이 듣기에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그 내용을 헤아려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제법 학년이 높아 보이는 어린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몸을 배배 꼬며 온몸으로 지루함을 표현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비단 이 행사만의 아쉬움이 아니다. 시노드적인 정신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화려한 메시지, 요점을 알아듣기 힘든 강론, 이해하기 보다는 배척하며 우위에 서려는 태도 등이 변화해야 한다.

교회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는 오랜 동물 연구를 통해 똑똑한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또 침팬지와 인간의 큰 능력 차이중 하나인 친화력, 즉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은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할 수 있는 교회, 그런 교회가 되기 위한 고민들을 기대해본다.

성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