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성모 마리아 사랑 체험

배정수(베드로) 명예기자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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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전국 성지 순례를 몇 해를 미뤄 오다가, 마음을 굳게 먹고 2018년 3월 20일 김대건 신부님이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첫발을 디딘 축복의 땅 나바위성지를 시작으로 성지 순례길에 올랐다.

여러 교구의 성지를 순례하고, 4월 7일 부산교구 언양성당에 도착했다. 신앙유물 전시관을 순례하고 싶어 사무장에게 물었더니 토요일 오후 5시가 넘어 문이 잠겼다고 했다. 우리는 전국 성지를 순례하고 있으니 부탁을 했다. 관리자의 도움으로 전시된 신앙유물을 볼 수 있었다. 순례 뒤에는 언양성당 뒷산에서 오상선 순교자 묘를 참배했다. 내려오니 사무장은 순례 도장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언양성당 관내 성지의 세 군데 도장을 한 곳에서 찍을 수 있었다. 순례 도장을 다 찍고 성당을 나와 살티공소 쪽으로 가다 보니 날이 저물어 민박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살티공소를 거처 김영제 베드로 동생 김아가다 묘를 참배하고, 죽림굴 성지로 향했다. 도로변 임도에 있는 죽림굴 안내판을 따라 갔다. 임도 500m 지점에 입산 감시초소가 있는데, 감시원은 없고 차량통행을 하지 못하도록 철 파이프가 우리 길을 막았다. 하는 수 없이 임도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아내 아가다와 함께 죽림굴을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시멘트로 임도 포장은 되었으나, 오르막길이라 힘이 무척 들었다. 가던 중 형제 한 분을 만나 죽림굴이 얼마나 남았느냐 물으니 쉬면서 찬찬히 올라가라고 한다. 아내는 허리가 아픈 데다 오르막길을 계속 걸어 무척 애를 먹고 있었다. 간월산 1069고지 9부 능선에 죽림굴이 있는데, 식수 준비도 없이 출발하여 봄볕에 목도 타고, 순례 도장은 찍었는데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겨워하던 아내의 앞으로 가면서 성모 마리아께 ‘죽림굴에 가게 해주세요’라고 계속 기도를 올렸다. 갑자기 아내는 허리 통증이 사라지고, 목도 안 마르다면서 오히려 나보다 잘 걸어가게 됐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갈증이 사라지고 힘이 생겼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성모 마리아께서 은총의 힘을 주시는 거군요!”

힘 드는 줄 모르고 죽림굴에 도착하여 주모경으로 기도를 바쳤다. 죽림굴을 알리는 비석을 세운 바위에 앉아 바위 할아버지와 속삭여본다. “바위 할아버지, 이곳에 앉아 굴 속에서 최양업 신부님과 많은 형제자매가 말할 수 없이 고생했던 모습을 말해주세요.” 바위 할아버지는 나를 향해 “인생은 주막과 같아 잠시 스쳐 가는 것. 죽림굴 속에서 살다간 모든 형제자매들은 하늘나라에서 주님을 모시고 평화를 누리며 영원히 잘 살고 있다네” 하고 속삭여 준다.

우리는 산을 내려가면서 성모 마리아의 은총에 감사하며 힘든 줄 모르고 하산했다. 내려가면서 안내판을 자세히 보니 죽림굴까지 거리가 7.5㎞나 되었다. 산 언덕길을 포기하지 않고 순례를 할 수 있도록 사랑을 베풀어 주신 성모 마리아님께 감사를 드렸다.

우리는 2018년 10월 14일 천안시 성거산 줄무덤성지를 마지막으로 전국 방방곡곡 111곳 성지 순례를 마쳤다. 순교하신 모든 신앙 선조들은 그리스도를 모든 것 위에 최우선으로 모시고, 엄청난 희생과 목숨마저 그리스도를 위해 내놓으셨으리라. 이런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으로 천주교 신앙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해본다.

배정수(베드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