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 주교단 담화 요지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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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업 신부님 시복운동 새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더 큰 정성과 노력 다짐하며 신자들의 특별한 기도 요청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을 위한 기적 심사를 새롭게 추진하며 교우 여러분께 경과와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교회는 올 한 해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교회의 두 번째 사제이신 최양업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희년은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간절히 바라는 우리의 마음을 모으는 기도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당시 유일한 한국인 사제셨던 최양업 신부님의 사목 관할 지역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관할 지역과 거의 같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남부 5개 도에 흩어져 있는 127개 교우촌을 해마다 7천 리(2800km)를 걸어서 사목하신, 말 그대로 ‘길 위의 목자’셨습니다. 목자 없는 양처럼 헤매는 교우들을 12년 동안 보살피신 신부님께서는 1861년 탈진해 쓰러지셨고 결국 병사하셨습니다. 그때 나이는 마흔이셨습니다. 이처럼 최양업 신부님께서는 순교의 피에 부족하지 않은 증거의 땀을 흘린 목자의 삶을 사셨습니다.

한국교회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최양업 신부님의 현양 운동을 전개했고, 1997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시복 추진을 결정했습니다. 2001년에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09년까지 먼저 성덕에 대한 국내 시복 재판 일정을 마쳤고, 그 뒤로 7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최양업 신부님을 ‘가경자’로 선포하셨습니다.

그 사이 한국교회는 기적 심사도 준비했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전구로 얻게 된 여러 건의 기적 사례가 보고됐고, 2015~2016년까지 걸쳐 국내 기적 심사 재판을 진행해 그 결과를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했습니다. 아쉽게도 2021년 5월, 공식적인 기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는 교황청 시성성의 최종 결과 보고서를 접수했습니다.

시복을 위한 기적 심사에서 요구되는 기적적 치유는 갑작스럽고 즉각적이며 완벽하다는 특징이 있어야 하고, 그 사실을 입증하는 명확한 의료 기록이 동반돼야 합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전구를 통해 기적 치유를 체험하셨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고 계신 분들은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또는 소속 교구 사무처나 순교자현양위원회에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주교단은 이번 결과에 결코 실망하지 않고, 더욱 큰 정성과 열정으로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에 모든 교우분에게 저희와 같은 지향과 마음으로 이 새로운 여정에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무엇보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염원하는 시복 시성 기도문을 한마음으로 바치도록 합시다. 최양업 신부님과 연관된 성지를 방문해 기도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의 치유를 위해 최양업 신부님께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바쳐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의 염원인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한국교회의 영광과 큰 기쁨이 될 수 있도록 특별한 기도와 희생을 함께 봉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21년 10월 14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