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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무엇을 논의했나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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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관문 남긴 최양업 신부 시복… 전 신자 관심 호소
성덕과 기적 인정돼야 하지만 의료기록 미흡하다는 지적에 교황청 ‘기적 심사’ 통과 못해
교회법전 제6권 번역문 승인
‘조부모와 노인의 날’ 명칭 확정

주교회의 2021년 추계 정기총회에 참석한 주교단이 10월 1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 주교단은 이번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신자들에게 교황청 시성성의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기적 심사 결과를 알리고 최양업 신부 시복을 위한 관심을 촉구했다. 또 그동안 ‘공동합의성’으로 표현했던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Synodalitas’는 ‘시노달리타스’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 최양업 신부 시복 위한 관심 촉구

주교단은 지난 5월 교황청 시성성이 주교회의에 보낸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최양업 신부 관련 기적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을 위한 기적 심사를 새롭게 추진하며’를 주제로 한 담화를 발표했다.

이번 최종 결과 보고서는 2015~2016년 국내 기적 심사 재판을 거쳐 교황청 시성성에 제출한 안건에 대한 시성성 내부 심의 결과다. 지난 4월 당시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유흥식 대주교도 이 심의에 참석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심사 결과를 정기총회를 기해 알린 이유에 관해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폐막과 동시에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운동에 전 신자가 힘을 모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밝혔다.

‘순교자’와 달리 ‘증거자’인 최양업 신부의 시복에는 성덕과 기적이 모두 인정돼야 한다. 한국교회는 1997년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2005~2009년 최양업 신부의 성덕에 대한 국내 시복 재판을 진행했고, 그 결과 2016년 4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양업 신부를 ‘가경자’로 선포했다. 따라서 최양업 신부의 시복에는 기적 심사 통과만 남은 셈이었다.

이 주교는 “이번 심사에서는 의료기록의 미흡함이 지적됐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기적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을 위해 최양업 신부님의 전구로 일어난 치유 등의 기적 사례를 제보해 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 ‘Synodalitas’의 우리말 번역은 ‘시노달리타스’

주교단은 이번 총회를 통해 그동안 ‘공동합의성’ 등으로 번역해 온 ‘Synodalitas’의 우리말 표현도 원어 그대로인 ‘시노달리타스’로 결정했다.

시노달리타스는 하느님의 뜻을 찾는 ‘식별’을 위해 모든 하느님 백성이 친교 안에서 함께 참여하고 경청하며 논의하는 여정의 구조와 정신을 담고 있는 단어다. 주교단은 ‘공동합의성’, ‘공동 식별 여정’, ‘함께 가기’, ‘동반 여정’ 등의 번역어로는 시노달리타스의 본 의미를 담기 어렵다는 점에 동의했다.

이 주교는 “원어를 그대로 쓴 것은 교황님께서 강조하고 계신 시노달리타스를 모든 신자들이 새롭게 함께 배워나가고 그 의미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라며 “이미 ‘공동합의성’이라는 번역이 굳어져왔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이 말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다시 보자는 생각에서 시노달리타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세계주교시노드’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주제인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으로 변경했다.

■ 「교회법전」 제6권 승인과 ‘조부모와 노인의 날’ 등

주교단은 교황령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에 따라 개정된 「교회법전」 제6권(교회 안의 형벌 제재)의 우리말 번역문을 승인했다. 개정된 「교회법전」 제6권의 효력은 2021년 12월 8일부터 발생한다.

또 교황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에 따라 개정된 교회법 조항 제230조 제1항의 우리말 번역문을 승인했다. 교회법 제230조 제1항에는 여성에게 ‘독서직’과 ‘시종직’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정한 ‘World Day for Grandparents and the Elderly’의 우리말 명칭을 ‘조부모와 노인의 날’로 정했다.

조부모와 노인의 날은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인 7월 26일과 가까운 7월 넷째 주일이다. 주교단은 한국교회 차원에서도 이날을 기념하기로 하고, 이날의 취지를 실천하는 구체적인 사목 방안은 각 교구장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전례력의 ‘특별 주일과 기도의 날’에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수록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주교단은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생명운동본부가 마련한 「청년들을 위한 생명 지킴 안내서」와 주교회의 교육위원회가 마련한 「한국 가톨릭학교 교육 헌장 및 지침서」(개정)를 승인했다. 「청년들을 위한 생명 지킴 안내서」는 청년들의 생명 의식 제고를 위한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안내서다.

또한 이번 총회 중에는 한국교회가 ‘백신 나눔 운동’을 통해 모은 백신 나눔 기금 약 48억 원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했으며, 한국교부학연구회의 ‘고대 그리스도교 문헌 총서’ 번역 사업이 국고 보조사업으로 승인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