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90)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언론 / 미론 페레이라 신부

미론 페레이라 신부(예수회),예수회 사제로서 평생을 기자 양성 등 언론활동에 힘써 왔다.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20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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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 미디어 역할 새삼 깨닫는 계기
사건 파헤치고 폭로함으로써 많은 나라에서 언론인은 위험 따르는 직업군에 속해
정보의 독점과 왜곡·통제 넘어 자유와 진실 위한 노력이 중요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 두 언론인이 “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기있게 싸운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언론인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1935년 독일의 카를 폰 오시에츠키 이래 처음이다. 당시 그는 히틀러의 재무장 계획을 밝혀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필리핀인으로서는 처음 노벨상을 받은 레사는 반역죄로 징역형을 받았지만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나 있다. 많은 이들이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법원이 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언론인은 위험이 따르는 직업군에 속한다. 민주국가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국가는 투명성과 책임을 거부하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언론인들을 적대적으로 대하거나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언론인이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보도를 하면 그 언론인은 명예를 훼손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고 원한을 사게 된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언론인들은 선동이나 폭동 교사 혐의를 받고 체포되며, 최악의 경우 암살을 당하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말 카슈끄지와 인도의 가우리 란케쉬, 러시아의 안나 폴리코브스카야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기사 보도 이상의 일을 한다. 이들이 쓴 기사들은 여론을 형성하고, 이 때문에 더 미움을 사기도 한다. 무엇보다 언론인들은 사건을 파헤친다. 이들은 이면을 캐묻고 뒷거래를 폭로하며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들이 감추고 있는 범죄와 눈가림을 드러낸다.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발표한 ‘판도라 페이퍼스’(Pandora Papers,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포함해 전 세계 정치인, 재계 인사, 연예인 등 유명인의 해외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 탈세 정황을 폭로한 문건)는 가장 최근의 예 중 하나다.

노벨평화상 시상은 이러한 언론인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또한 이번 노벨평화상은 오늘날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의 주요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현대 사회는 이미지를 조작하고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는 동시에 겉보기에 대중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인쇄물이나 TV, 라디오, 인터넷을 막론하고 언론의 역할은 축소될 수 없고, 언론인들은 세계정보질서(world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order, WICO)의 한 축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정보질서(WICO)라는 용어가 낯설지 모르지만, 이 말은 오랜 불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처음으로 정보 유통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1970년 유네스코 제16차 총회였다. 튀니지의 헤디 누이라 총리가 이 용어를 만들어냈고, 1974년 한 회의에서 이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1976년 유네스코는 처음으로 신세계정보질서(new world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order, NWICO)의 제정 목적을 제안했다.(신세계정보질서는 국가간 정보 유통이 미국을 비롯한 몇몇의 서방 선진국에 의해 독과점되고 있는 세계정보질서 행태에 대항하기 위해 제3세계가 제시한 요구사항 혹은 그 원리를 담고 있다.)

당시는 제3세계 비동맹국가들의 전성기였다. 실제로 1976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비동맹국가 각료회의에서 신세계정보질서 계획에 관한 문서들이 만들어졌고, 이는 유네스코 맥브라이드위원회에 제출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션 맥브라이드를 위시해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맥브라이드위원회는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연구했고, 1978년 「다수의 목소리, 하나의 세계」(Many Voices, One Worl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해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규정했다.

맥브라이드는 특히 언론인들의 복지를 세심히 배려했다. 언론인들은 종종 전쟁 중이나 독재국가 안에서 첫 번째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신세계정보질서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정보를 독점하던 서구세계, 특히 미국의 끊임없는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새로운 질서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제한다고 봤다.

하지만 서구세계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은 전적으로 서구의 미디어 제국에 의해 통제된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서구세계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대한 왜곡된 관점을 심어 넣었다. 신세계정보질서는 이러한 흐름을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뉴스라고 내보내지는 것이 대체로 정부의 선전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정보의 자유 보호와 증진을 위해’ 용감하게 몸부림치고 있다. 기자회는 국제단체로서 훈련과 홍보 활동을 통해 모든 나라에서 언론인을 지원하고 있다. 매일 다섯 개의 언어로 소식지도 발행한다.

노벨평화상은 갈등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영웅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주어진다. 오늘날 자유와 진실은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가치들이지만, 자유를 억누르는 독재자뿐만 아니라 멋대로 가짜 뉴스와 조작된 사진을 만들어내는 이들 때문에 계속 위협받고 있다. 더 자유롭고 더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높이 평가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미론 페레이라 신부(예수회),예수회 사제로서 평생을 기자 양성 등 언론활동에 힘써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