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제9회 이원길 인본주의상 수상한 김자재씨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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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조건없는 나눔 ‘실천’하는 것”
33년째 발달장애인 위해 봉사
미용 봉사·반찬 나눔 등 펼쳐
“재물 없어도 나눌 건 많아”

김자재씨는 “봉사를 이어갈 수 있게 항상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말한다.

“장애 형제자매들을 만나 봉사했던 33년간의 세월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돌아보니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자재(마리아·74·서울 용산본당)씨는 10월 7일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열린 제11회 BWL 가톨릭 인본주의 국제포럼에서 제9회 이원길 인본주의상을 수상했다. 그는 1988년부터 33년째 가평꽃동네, 사랑의 선교 수사회, 가톨릭 농아 선교회 등에서 발달 장애인들을 위해 미용 봉사와 반찬 나눔 등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씨는 “하느님께 약속한대로, 죽을 때까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가평꽃동네에서 미용봉사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원길 베르나르도 선생님의 숭고한 봉사정신과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주변에 널리 알리며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988년 남편을 따라 서울 용산본당에서 세례를 받은 김씨는 대부와 함께 충북 음성꽃동네를 찾았다. 그는 꽃동네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레크리에이션 봉사를 하며 인연을 쌓았다. 1989년 가평꽃동네가 생긴 뒤에는 가평꽃동네에서 매월 봉사를 이어갔다. 서울 용문시장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던 그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미용 봉사도 했다. 미용 봉사가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사비를 들여 반찬을 만들어 나눴다.

그 과정에는 시련도 있었다. 봉사를 가던 중 두 번의 교통사고를 당했고 항상 운전을 해주고 힘이 되어주던 남편도 뇌경색으로 쓰러지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는 더욱 주님께 의지했다. 그는 “남편이 건강을 회복한다면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어려운 사람을 위해 봉사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주님께 기도했다”며 “주님께서 보살핀 덕분에 남편이 기적적으로 살아나 건강을 회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나에게 봉사란,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며 “조건 없는 나눔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나눔에 조건이 붙으면 인색함이 묻어나고, 이는 봉사에 개인적인 욕심이 들어가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봉사란 ‘자기가 가진 재물의 나눔’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분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며 “가진 것이 재물일 필요는 없고, 대신 그 봉사하려는 마음을 행동에 옮기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부상으로 받은 상금 일부도 “주님께서 더 베풀라고 목돈을 주셨다”며 이웃을 돕는데 사용했다. 그는 “봉사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그 마음을 간직한 채로 앞으로도 계속 봉사를 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모든 순간, 봉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하느님의 존재하심을 느낍니다. 그 뜻을 알기에 앞으로도 어려운 이들을 위한 가위질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