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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여정,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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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느님 백성 ‘함께’ 의견 나누고 시노드적 교회 ‘체험’해야
하느님 백성 자문 구하는 과정 충실도에 따라 성패 좌지우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대 표징 식별할 수 있어야
경청·식별·참여의 시노드 과정 ‘시노드적 교회 체험’은 필수
세례받은 이, 복음화 주체로서 시노드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2018년 8월 25일 대전교구 시노드 본회의 제2차 전체회의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교회는 보편교회와 함께 내년 4월까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교구 단계 시노드 과정을 진행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10월 17일 교구별 세계주교시노드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2년 동안 시노달리타스, 즉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모색하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교회가 새로운 면모로 일신하기 위해 진행하는 이 역사적인 여정에 한국교회는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고민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10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개막미사를 거행한 데 이어, 한국교회는 전 세계 각 교구들과 함께 15일과 17일 일제히 교구 단위의 개막미사를 봉헌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교구 단계 개막미사 강론에서 “세계주교시노드의 교구별 단계는 시노드 체험을 모으고 식별해 시노드 교회 건설에 필요한 자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하느님 나라의 백성들로서 공동 책임감을 지니고 시노드에 참여해 ‘시노드 교회’를 건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주교단은 10월 11~14일 열린 추계 정기총회의 주제를 이번 세계주교시노드 주제인 시노달리타스로 정해 관련 강의를 듣고, 내년 4월까지 이어지는 세계주교시노드 개별 교구 단계의 준비에 관해 논의했다. 이에 앞서 10월 7일에는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책임자 제1차 전체 모임을 갖고 교구 단계 진행을 위한 제반 정보 교류와 협의를 진행했다.

■ 시노드 진행 절차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1년 10월에 개막, 2023년 10월까지 교구 단계-대륙별 단계-세계주교시노드 총회의 3단계로 진행된다. 이후 이행 단계로 이어진다.

교구 단계는 2022년 4월까지 진행된다. 이 단계의 목적은 하느님 백성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주교회의와 각 교구는 시노드 자문을 담당할 교구 책임자(팀)를 임명, 자문 과정의 모든 단계에 동행하도록 한다.

각 교구는 지역의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체험과 의견을 모으고, 교구 차원의 식별을 위한 세계주교시노드 준비 모임을 마련한다. 이후 각 교구는 의견서를 주교회의에 제출하고, 주교회의는 모인 의견들을 종합해 2022년 4월까지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에 제출한다.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는 이를 바탕으로 그해 9월 이전에 제1차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작성한다.

두 번째 단계인 대륙별 단계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이어진다. 이 단계의 목적은 제1차 의안집의 내용에 대해 대륙별 대화를 촉진하고 각 대륙의 구체적인 문화적 맥락 안에서 식별을 심화하는 것이다. 7개 대륙별로 진행되는 대륙별 회의는 2023년 3월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에 제출되는 7개 최종 문서를 작성함으로써 마무리된다. 이는 그해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총회에서 사용될 제2차 의안집의 바탕이 된다.

■ 시노드 목표는 경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는 ‘예비문서’(Preparatory Document)와 ‘편람’(Vademecum)을 발표, 하느님 백성 전체의 논의 과정을 안내하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각 교구는 이를 바탕으로 하느님 백성 전체의 목소리를 듣고 구체적인 나눔을 통한 자문 과정에 도움을 받게 된다.

예비문서는 시노드의 근본 질문을 다음과 같이 던진다.

“교회가 복음을 선포하도록 해 주는 ‘함께 걷기’가 오늘날 지역 차원부터 보편 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성령께서는 우리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자라나기 위하여 어떤 순서를 밟아가도록 초대하시는가?”(예비문서, 2항 참조)

이 질문에 비추어 시노드의 목표는 하느님 백성 전체로서 성령께서 교회에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 경청하는 것이다. 이는 성경과 성전에 함께 귀 기울이고, 서로에게, 특히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대의 표징을 식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노드 과정 전체는 식별, 참여, 공동 책임의 생생한 체험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 하느님 백성의 자문

이러한 시노드 단계의 첫 번째 단계는 교구 단계로서, 이는 그 뒤에 이어지는 모든 단계의 기반이 된다. 교구 단계의 목표는 하느님 백성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비문서와 편람은 시노드 체험의 핵심 주체가 ‘세례받은 모든 이들’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을 강조한다. 세례받은 모든 이는 신앙 감각의 주체, 곧 하느님 백성의 살아있는 목소리다.

따라서 하느님 백성의 자문 과정을 얼마나 충실하게 진행하는가에 전체 시노드 과정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현재 각 교구는 각자 교구의 사목 환경과 실정에 맞는 다양한 방법을 수립하고 있다.

각종 회의와 모임의 자리를 활용하고, 코로나19 감염병의 상황 아래에서 대면 모임이 어려울 경우에는 적절한 온라인 토론 모임이나 채팅 모임, 전화나 다양한 사회 소통망, 온라인 설문 등도 폭넓게 활용한다.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는 교구 단계에서 “최대한 폭넓은 참여를 끌어낼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야” 하며, 특히 교회를 떠난 이들이나 빈곤과 소외를 겪는 이들에게도 적극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사무국장 신우식 신부는 “내년 4월까지 이어지는 교구별 시노드는 전체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의 바탕이 된다”며 “각 교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주제들을 대면과 비대면, 설문조사 등 교구 실정에 맞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통해서 고민하고 식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노드적 교회의 체험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는 예비문서와 편람을 통해 특별히 시노드 과정에서 주교, 사제와 부제의 역할을 강조한다. 즉 “시노드 과정의 충만은 교구장 주교의 직접 참여를 요구한다”며 “교구장 주교의 최우선적 역할은 하느님 백성 전체의 시노드 체험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사제와 부제는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에서 하느님 백성 전체와 동행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사제평의회와 사목평의회 등 교구에 이미 설립된 참여 기구들을 통해” 교구 단계의 시노드 과정을 증진할 것을 요청했다.

시노드 과정에 대한 참여를 통해 이뤄지는 시노드적 교회 ‘체험’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정용 신부는 “시노드 과정을 통해서 논의되는 내용들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시노드적 교회에 대한 ‘체험’”이라며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도 보편교회 전체가 함께 교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시노드적 체험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안드레아) 연구실장은 “교구 단계의 시노드 과정은 내년 4월까지 진행하는 길지 않은 시간으로, 기존의 참여 기구와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의견을 함께 나누는 것이고 시노드적 교회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노드 과정은 영적인 것으로서 경청과 식별, 참여의 과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시노드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경청의 과정은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여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백성의 부르짖음을 듣는 것”이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그 뜻에 일치할 때까지 하느님 백성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는 이를 요약해 “경청이 시노드 과정의 방법이라고 하면 식별은 과정의 목표이고, 참여는 그 여정”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교수 박준양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기쁨」 120항을 인용해 주교시노드 제정 50주년 연설에서 강조했듯이, “세례받은 모든 이는 교회 내 역할이나 신앙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복음화의 능동적인 주체”임을 명심하고 시노드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고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