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40. 복음과 사회교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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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사회교리」 519항
두려움 속에서 용기 내어 사랑을 선택한 그리스도처럼
갈등과 대립 가득한 현실에도 사회정의 실현 위해 용기 절실
기도를 통해 진정한 용기 얻고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 실천해야

1987년 6월 15일 김수환 추기경과 전국 사제단이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나라와 민주화를 위한 특별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박사무장: 송 변호사, 인생은 말이다 타이밍이라는기 있는 기다! 지금 송 변호사 앞에 8차선 도로가 뻥 뚫렸는데 악셀레이타만 죽어라 밟아도 뭐 할 긴데, 거기다 브레이크를 밟아? 브레이크를?

송 변호사: 우리 아들 건우, 연우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브레이크 안 걸리는 세상에 살게 할라꼬예. 사무장님 아들 병국이도 이런 세상에 살게 하면 안 되지요!

(영화 ‘변호인’ 중)

■ 현실의 어려움과 올바른 길을 구분해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사회교리 잘 실천하고 계십니까? 왜 사회교리를 잘 실천해야 하지요? 사회교리 실천이 복음의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 표현돼 있듯 사회교리를 전하는 것이 복음전파의 사명 그 자체이고(7항), 인류가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복음을 만남으로써 여러 해결과 결실을 거두며(8항) 신앙공동체인 교회는 사회교리로써 복음을 전합니다.(62항)

세상이 변화되기 위해서 복음의 실천과 사회교리 실천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정치, 경제, 노동, 정의와 평화, 환경과 생태 등은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삶의 자리입니다. 사회교리 실천은 그 속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구체적 가르침들입니다. 물론 갈등과 대립이 가득한 현실이 쉽게 바뀌진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어려움과 삶을 위한 올바른 길을 구별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갈등과 어려움이 많다고 진리가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갈등과 어려움이 첨예하다 해서 우리의 용기마저 꺾여서는 안 됩니다. 용기는 진리를 실천하게 하고 불의함을 바로잡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사회교리와 용기에 대해 함께 살펴봅니다.

■ 불의함에 저항하는 예언자적 소명

공정과 정의, 올바른 가치를 외치는 것은 종교가 해야 할 예언자적 소명입니다. 1980년대 서슬 퍼런 독재정권 속에서 민중들은 부당한 인권유린을 고발하고 올바른 세상을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중에는 신자들과 수도자 성직자들이 있었고, 특히 1987년 6월 항쟁 때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명동대성당으로 쫓겨 온 수백 명의 시위대를 검거하려던 경찰을 향해 “나를 밟고 가라”고 말씀하신 일화는 가장 극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돼 주고, 약한 이 곁에서 정의를 외치며, 폭력과 압제 속에서 진리를 선포하고 친구와 이웃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용기에 세상은 감동했습니다. 역사는 그런 김 추기경님이야말로 인권을 수호하고 양심을 증거하신 시대의 큰 어른이었으며 가톨릭교회와 명동대성당은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마지막 보루였다고 평가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식별해야 합니다. 불의에 맞서 생명과 인권, 평화와 정의를 지키려는 용기와 복음 선포는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야심찬 정치행보나 책임질 수 없는 말로 점철된 정치적 유세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도 성령의 은사 중 하나이고 4추덕 중 하나인 용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어려움 중에 선을 추구하게 하는 덕이자, 유혹과 장애, 공포마저 이겨 내게 하고 정당한 일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목숨을 바칠 수 있게 한다.”(1808항)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용기의 중요성을 종종 언급합니다. 용기를 통해 진리를 향한 투신이 가능해지고(231항), 어렵고 힘든 결정을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하며(343항), 기도를 통해 용기를 얻는다고 합니다.(519항)

돌아보면 전쟁터 같은 현실 속에서 매 순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불의함에 저항하고 시련 속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사랑, 희망, 믿음을 간직하며, 여러 모호함 속에서도 하느님의 섭리를 신뢰하는 용기입니다. 십자가를 지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용기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드러내셨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라고 말씀하시며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내어 사랑을 선택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바라보고 깊이 묵상하며 걸어가야 할 진리의 길입니다.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기도합시다.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분의 도움으로 우리도 나아갑시다.

“기도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모든 평화의 참된 친구들, 곧 평화를 사랑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다양한 환경에서 평화를 증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간추린 사회교리」 519항)

이주형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