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내어주는 용기 / 이재훈 기자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2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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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주 동안 두 가지 나눔 사례를 접했다. 한 사례는 김밥장사를 통해 모은 전 재산 6억5000만 원을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고자 기부한 박춘자(데레사) 할머니의 나눔이었다. 박 할머니는 “주님께서 주신 만큼 벌었으니, 그만큼 베푸는 건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받은 LG의인상 상금마저도 주변과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놨다.

또 하나는 사회적경제 제품을 구매하면 수익 일부가 기부되는 ‘바이소셜 모나섬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판매 수익 일부와 물품을 학대피해 아동, 노숙인, 쪽방촌 거주민을 위한 쉼터에 기부하기로 결정해줬기에 펼칠 수 있었다. 이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 이면에 바로 ‘내어주는 용기’가 있다는 것이다.

가진 것을 내어주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박 할머니와 바이소셜 모나섬 캠페인에 참여한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모두 힘든 이웃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기꺼이 내놓는 용기를 보여줬다. 그 용기는 이웃을 향한 관심이란 작은 겨자씨에서 ‘모두를 위한 나눔’이라는 큰 나무로 자라났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따르려는 한 부자에게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마태 19,21)고 말씀하셨다. 어쩌면 우리는 이 부자와 같이 가진 것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 사례를 취재하면서 “형제애의 실현으로 교회를 쇄신하고 사회적 우애를 통해 인류가 겪는 문제를 극복해 나가자”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의 메시지가 더욱 각별히 다가왔다.

이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