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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반주 봉사자의 보람

김문회(알렉시오·수원교구 세류동본당)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2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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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이 만발한 계절의 여왕 2010년 5월 어느 날 평일미사를 마친 후 어느 자매님이 다가와 “형제님 안성 미리내성지 성가 반주 봉사를 해 주셨으면 해요”라는 제안을 받았다. 김대건 신부님 묘소가 있는 깊은 성지의 반주 봉사는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부담이 되었다. 수원에서 안성 미리내까지는 너무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나에게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봉사였다. 하지만 월 1회만 하는 봉사라서 2010년 6월부터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올해로 11년 차, 오랫동안 다니고 보니 보람이 크다.

월 1회 가던 것을 월 2회로 늘렸고 5주가 있는 달은 월 3회 가기도 했다. 봉사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 하느님이 함께하고 계심을 체험했다. 이 나이에 몸 건강히, 이 먼 거리를 봉사 다닐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주 봉사를 하다 보면 온전히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장례미사처럼 꼭 가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주님은 꼭 다른 천사를 보내주시거나 해서 함께 계신다. 다른 사람 신세를 많이 지는 게 미안하지만 꼭 누가 보내준 것처럼 은인이 나타나 미사에 늦지 않게 도움을 준다. 정말 신기하다. 한번은 파주에서 올 때도 그냥 오면 먼 길인데, 의정부를 통해 밀리지 않는 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릴 때도 교통수단 연결을 잘 해주시는 것 같다. 미리내성지는 산골에 위치해 눈이 많이 오면 미사에 오지 말라고 통보가 온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간다. 수원에서 송전, 그리고 난실리까지는 버스가 잘 다니지만 난실리에서 미리내성지까지는 택시로 갈 수 밖에 없다. 장마철 때 비가 폭포처럼 쏟아질 때도 버스만 닿으면 봉사하러 달려갔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다른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난실리 삼거리까지만 오면 집으로 돌아오는 차가 많다.

어떤 때는 ‘이젠 그만 봉사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는 미리내성지 안의 형틀 전시장을 통해 본 순교자들의 고문 받는 모습을 묵상해본다. 그리고 성가 286번 ‘순교자 믿음’의 한 구절인 ‘환난과 핍박 중에 끝까지 충성하리라’의 뜻을 생각하고, 마르코 복음 1장 28~34절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 잡는다.

나는 초창기 순교자들이 겪어낸 순교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영성을 본받아, 일상 속에서 작은 순교를 하며, 어떠한 현세적인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주님을 증언하는 삶을 살고 싶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5)

김문회(알렉시오·수원교구 세류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