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제21회 가톨릭포럼 ‘한국 사회와 공정, 청년문제 해법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3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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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와 편견 벗어나… 젊은이들이 날개 펴는 세상 만들자
■ 세대 갈등 속 청년들의 현실은
기회 공정성 중요하게 여기지만 취업 좌절과 고립감으로 황폐화
국가가 적극 나서 기회 제공하고 기업은 소통·공감 문화 조성해야
■ ‘청년 담론’ 문제점과 대안은
기득권 대변하는 논리로 이용 특질에만 집중하면 의미 없어
청년에 대해 단순히 묻기보다 그 질문 자체에 대한 고민해야
■ 청년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인간 기본적인 권리 관점에서 상호적인 관계 맺고 동반해야
정치 참여 기회 더욱 제공하고 연대와 상생으로 관계 복원 절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가 개최한 제21회 가톨릭포럼에서 구정우 교수(사진 오른쪽 세번째)가 ‘시대 변화와 청년, 그들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고계연)가 10월 6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 사회와 공정, 청년문제 해법은’을 주제로 제21회 가톨릭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세대 갈등과 불공정 등 시대 변화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는 청년들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위원장 옥현진 주교도 격려사를 통해 토론회가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응원하고 지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인원은 최소한으로 제한했으며, 포럼은 가톨릭신문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KoreaCatholictimes)로 생중계됐다.

■ 시대 변화와 청년에 대한 이해

첫 발제를 맡은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시대 변화와 청년, 그들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세대 갈등에 따른 오늘날 청년 문제를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 기업의 역할을 제시했다.

구 교수는 무엇보다 세대를 건너 이어진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더해지면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 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결과적인 평등을 더 우선시하는 기성세대에 반해 오늘날 MZ세대는 기회의 공정을 더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세대 간 차이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이렇게 뿌리깊은 세대 갈등 속에서 청년들이 처한 현실은 어떠할까. 구 교수는 “청년들은 코로나19로 취업 계획의 좌절, 저소득과 빈곤문제, 사회적 고립감 등이 더해져 정신건강의 황폐화까지 초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자산 불평등과 집단 내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이와 관련해 국가의 역할은 시장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공백을 메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층상승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하지만 기회구조를 만드는 역할은 국가의 몫이라는 것이다. 특히 청년 지도자를 발굴하고 기회를 제공해 청년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는 회사 내 청년뿐 아니라 사회 일반 청년까지도 보살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청년들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소통과 공감을 해주는 기업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 누가 청년을 규정하고 말하는가?

두 번째 발제는 「청년현재사」 저자 김창인 작가가 맡았다. 김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102명의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결과 102가지의 상황이 있었다”며 “청년을 단순하게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MZ세대는 집단보다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인다”며 “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생존법이며 MZ세대만의 특질이 아니라 시장이 주도하는 데로 이끌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청년을 보편적 존재의 특질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 ‘지금의 청년 세대’를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통으로 겪어온 사회적 경험을 통해 지금의 청년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청년세대는 IMF 이후 세월호까지,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오며 국가와 사회가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학습한 세대”라며 “이러한 연장선에서 공정성과 능력주의 담론이 진행 중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88만원 세대부터 ‘청년’을 이야기한지 약 15년이 된 지금, 청년담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년기본법이 생겼고, 많은 청년활동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됐다. 김 작가는 “하지만 보수적 청년담론 또한 함께 성장해왔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질문은 공정성으로, 86세대에 대한 비판은 세대론으로 환원하면서 이슈마다 기득권 입장을 대변하는 논리로 청년이 활용됐다”고 말했다. 즉 그동안의 청년담론은 청년세대의 지원과 성장을 돕기도 했지만, 사회 여러 문제들에 청년이 이용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이라는 개념에 그 이상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해보자는 일종의 사회적 선택이 과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청년이 누구인지 묻기 전에 청년에 대해 묻는 질문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학계, 언론, 교회가 바라보는 청년

종합토론에는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김선기 연구원과 경향신문 편집국 박재현(그레고리오) 콘텐츠랩부문장, 예수회 김정대 신부가 참여해 학계와 언론계, 교회의 시선에서 청년 문제를 바라봤다.

김선기 연구원은 무엇보다 청년을 이야기할 때 사회문제나 특수한 집단의 욕구, 시혜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년을 정치적 이익과 관련해서 담론으로 취하려는 태도들을 배제하고, 개별 청년들의 행복할 권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재현 부문장 역시 “청년은 선거 때마다 불려 나오는 단어처럼 보인다”며 “청년을 시혜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청년이 주인공이 되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정대 신부는 사회뿐 아니라 교회도 권위적인 문화로 인해 청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교회는 청년들과 상호적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들의 여정에 동반이 필요하다”며 “여기서 동반한다는 것은 시혜적으로 무언가를 베푸는 활동이 아니라, 삶의 진정성, 영적 깊이, 신원과 활동에 의미를 주는 인생의 사명을 함께 나누겠다는 개방성이다”고 말했다.

■ 청년문제 해법은

이번 포럼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청년 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 보는 문제와 청년 정치인의 역할에 특히 집중했다.

구 교수는 “청년 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 보는 것은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지만, MZ세대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면서 더 나은 정책을 만들고 재원을 투자하려는 노력은 높게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계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무엇보다 청년들이 정치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활동가로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김 작가는 “실제로 청년활동가로 지내보니, 청년 문제로만 접근하면 청년 정치는 좁은 틀이 돼 버리는 것을 느꼈다”면서 “각자 자리에서 공동체를 복원하는 연대와 상생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부문장은 “청년 정치의 한계를 충분히 공감한다”며 “그 시각에서 사회 문제를 대변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더한다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합토론 사회를 맡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원용진 교수는 “청년 문제는 단순히 청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 전체 문제와 맞물려 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보편성과 특수성을 잘 구분하는 정교한 담론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