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처럼 생각하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3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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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미드는 성공회 신자로서 미국의 유명한 문화인류학자였습니다. 10년 넘게 남태평양의 사모아, 뉴기니, 마누스, 발리 등을 찾아가 그곳의 원시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연구를 하였지요. 연구자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 즉 발로 뛰는 연구를 한 사람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거릿 미드는 남녀 간 성역할이 바뀐 한 부족의 삶을 연구하면서 ‘남녀 간 차이는 생물학적 요소에 의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역할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주장하는 이론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의 사회적 편견을 깨뜨린 것이지요.

편견 깨뜨리기는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마거릿 미드는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원시인의 다리뼈”라고 답했습니다. 보통 이러한 질문에는 숫돌, 무기, 토기와 같은 것들을 생각할 텐데 마거릿 미드는 달랐지요. 그녀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통상 동물의 세계에서 다리를 다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피할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냥도 할 수 없고 결국 무리로부터 이탈되기 때문이지요. 원시인도 동물의 세계와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리뼈가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 그 사람이 회복될 때까지 보살펴 주었다는 것입니다. 마거릿 미드는 이처럼 다친 사람을 보살펴 주고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일이 문명을 알리는 최초의 신호라고 이해했던 것입니다.

문득 국제사회로 생각을 바꿔 보았습니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어떠한가? 다친 국가를 보살펴 주고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주고는 있을까? 혹시 북쪽의 모습이 다리뼈가 부러져 누워 있는 형상은 아닐까?

10월 4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단절된 지 55일 만에 복원됐습니다. 단절된 지 13개월 만인 7월 27일 복원, 8월 10일 단절, 그리고 다시 재복원된 것입니다. 통신연락선이 제대로 가동이 될지, 아니면 형식적으로 이어져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실질적인 내용을 제안하고 호응하는 과정이 있어야 통신연락선 복원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거릿 미드는 “깊게 생각하고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소수의 시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마라”면서 “실제 이 세상은 그러한 소수에 의해 바뀌어져 왔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미래는 지금이다”라는 말도 했었지요. 즉 미래는 제멋대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결과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소수’이지만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시민과 국가의 ‘지금의 행동’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