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프랑스교회서 70년간 어린이 33만 명 성학대

입력일 2021-10-12 수정일 2021-10-12 발행일 2021-10-17 제 326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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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에 프랑스주교회의, 용서 청하고 모든 예방 대책 논의할 뜻 밝혀

【외신종합】 프랑스교회에서 1950년 이래 33만 명의 어린이가 성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남자 아이들이었고, 성학대의 1/3은 평신도들이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여성 수도자와 신학생들도 성학대를 당한 것으로 보고됐다.

프랑스교회 성학대조사위원회는 10월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지금은 줄어들긴 했지만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교회 내 성학대가 만연했다”면서 “피해자들은 대부분 가해자에 대한 정의 실현을 가장 먼저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가해자의 어린이 접근 금지, 성직자와 교회 내 평신도 직원들의 범죄 기록 확인, 피해자 신고 센터 설치 등 45가지 성추행 방지 대책도 제안했다.

프랑스 행정학회 회장인 장-마르크 소베를 비롯해 2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지난 2018년부터 과거 프랑스교회 내 성학대 문제를 조사해 왔다. 2500여 쪽의 보고서에 따르면, 성학대를 저지른 이들 대부분은 사제로 약 3000명에 이르며, 프랑스교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를 체계적 방식으로 은폐해 왔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프랑스주교회의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청했다. 프랑스 주교단은 10월 5일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프랑스주교회의 의장 에릭 드 물랑-보포르 대주교는 성명을 통해 “부끄럽고 분노를 느낀다”면서 보고서가 제안한 모든 예방 대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대교구장 미셀 오페티 대주교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결과에 두려움을 느꼈다”다면서 “프랑스교회는 지난 수년 동안 교회 내 성학대라는 비극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가 필요한 개혁 조치를 추진해 나가는데 의견을 제시하고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랑스교회 내 만연한 성학대 보고서가 발표되자 “교회가 무능해 교회 내 성학대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10월 6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일반알현을 주례하며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슬프고 눈물이 난다”면서 “나 역시 부끄럽다”고 밝혔다. 교황은 “우리의 수치, 나의 수치”라면서 “교회의 오랜 무능으로 피해자들이 발생해 걱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