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초대 대구대목구장 플로리앙 드망즈 주교 서한집 2」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1-10-05 수정일 2021-10-05 발행일 2021-10-10 제 3264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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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앙 드망즈 주교 지음/정진주 옮김/635쪽/비매품/대구가톨릭대학교 영남교회사연구소·한국가톨릭신학학회

초대 교구장으로서의 삶에 깃든 인간적 고뇌 고스란히
주교 임명 받은 1911년부터 부모님께 부친 편지들 모아
교구 기초 마련한 과정 비롯한 주교로서의 활동과 속내 담겨
대구대목구(현 대구대교구) 초대 교구장 드망즈 주교의 두 번째 서한집이 나왔다. 이번 책에는 드망즈 주교의 본격적인 교구장 주교로서의 활동과 깊은 속내가 담겨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영남교회사연구소(소장 김정희 신부)와 한국가톨릭신학학회(학회장 곽종식 신부)는 최근 「초대 대구대목구장 플로리앙 드망즈 주교 서한집 2」를 발간했다. 드망즈 주교가 고국 프랑스에 계신 부모님께 보낸 편지들로, 주교 임명을 받은 1911년부터 프랑스에서의 병 치료를 끝내고 귀국길에 오르는 1930년까지 사연이 담겨 있다. 번역은 1권에 이어 이번에도 정진주(미카엘라) 전 경상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번 서한집 발간은 올해가 대구대교구 설정 110주년이자 드망즈 주교의 주교서품 110주년을 함께 기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훗날 교구 설정 2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한 사료로도 가치가 있다.

이번 책에서는 드망즈 주교가 27년의 교구장 재임기간 동안 교구 기초를 어떻게 마련하고, 어떠한 심정으로 한반도 남부지역 복음화를 이뤄 나갔는지 알 수 있다. 지난 1권에서는 청년 선교사 드망즈 신부의 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번 2권에서는 드망즈 주교의 인간적 고뇌뿐 아니라 영성적 측면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첫 사목방문을 떠나는 드망즈 주교. 기찻길이 마련되지 않은 길은 말을 타고 이동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드망즈 주교는 사목 표어인 ‘신뢰하고 일하라’(Confide et Labora)를 실천하면서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두고, 교구 제1주보인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모든 것을 의탁했다. 특히 이번 책에는 드망즈 주교가 영성의 두 축으로서 성모님과 함께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소화 데레사)에게 전구를 청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소화 데레사 성녀와 드망즈 주교님은 동시대 사람이었다”고 언급한 영남교회사연구소장 김정희 신부는 “드망즈 주교님은 성녀의 언니 수녀님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교구의 중요한 일 앞에서 성모님과 성녀께 전구했음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또 “1918년 서신에는 스페인 독감 확산을 걱정하고, 1919년 편지에는 3·1운동에 대해 부모님께 알리는 부분도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20년 드망즈 주교가 미국과 캐나다를 돌며 펼쳤던 모금활동 후 “다시는 안 가겠다”며 부모님께 인간적 고통을 드러내는 부분 역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교구민에 대한 사랑, 그중에서도 신학생들에 대한 애틋함도 확인할 수 있다.

정진주 교수는 번역 과정에서 드망즈 주교가 힘든 와중에도 기꺼이 십자가를 짊어지는 모습들이 감동적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젊은 시절부터 한국에 온 주교님께서 나이 들고 편치 않은 상황이 되어서도 오직 교구만 생각하고 온갖 고생을 도맡아 하시는 모습에 눈물이 났다”며 “그에 비해 우리는 편안함 속에 신앙생활에 소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회개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의 053-660-5233 대구가톨릭대학교 영남교회사연구소(평일 오전 9시~오후 5시)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