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더 크로스 성물 갤러리 홍수원 관장 인터뷰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0-05 수정일 2021-10-05 발행일 2021-10-10 제 3264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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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물에 담긴 진실한 기도 느낄 수 있길”
12~20일 ‘내 안의 보물’전 
직접 만든 나무 묵주 전시
갤러리 수익금 전액 기부

묵주에서 100년 된 고재목(古材木)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나무 재단부터 조각까지 모든 작업에 관여한 ‘더 크로스(The Cross) 성물 갤러리’ 홍수원(젬마·서울 세검정본당) 관장 손을 거쳐 나온 묵주다.

홍 관장의 손길이 닿은 묵주는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 10월 12~20일 서울 삼성동 더 크로스 성물 갤러리에서 열리는 ‘내 안의 보물’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전시에서는 홍 관장의 묵주뿐 아니라 문지정(스페스) 작가의 유리 십자가 작품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묵주는 100년 된 나무부터 제주도에 있는 나무, 경복궁 재건 당시 나온 고재목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 나무들로 만들어졌다. 홍 관장은 “사람의 모습이 다르듯 나무의 성질도 모두 다르고, 또 모든 작업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했기 때문에 각 묵주마다 그때그때 정성이 담긴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물에 대해 남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 홍 관장은 2010년 ‘한국천주교회 성미술 발전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박사 논문도 발표했다. 그는 “성물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는 신앙을 느끼게 해주며 우리의 진실한 기도를 하늘에 닿게 한다”면서 “그 중재자 역할을 하는 작가들은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고 말했다. 특히 홍 관장은 성물을 통해 각자 지니고 있는 마음의 상처가 감각적으로 건드려질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그때 진심 어린 기도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수원 관장이 만든 묵주들.

그의 신념은 ‘내 안의 보물’이라는 이번 전시 주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각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성물을 통해 되새겨졌으면 하는 마음을 주제에 담았다.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장 소중한 보물인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 이르기를 소망하고 있다.

더 크로스 성물 갤러리는 ‘갤러리 보고재’라는 이름으로 2013년에 개관했다. 주얼리 공예를 전공한 홍 관장은 갤러리 보고재에서 공예 작품을 주로 전시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성물을 전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대림 시기에 맞춰 더 크로스 성물 갤러리로 재개관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더 크로스는 십자가를 뜻하지만 성물 전체를 아우르는 의미를 지닌다. 홍 관장은 십자가의 세로와 가로선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비유하면서 그 교차점에 ‘지금, 여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곧 삶의 한가운데 있는 나로부터 세상 변화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러한 선한 마음에서 출발한 더 크로스 성물 갤러리는 전시 수익금 전액을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이번 전시 수익금은 성령 선교 수도회가 돕고 있는 제주 예멘 난민학교에 지원한다. 그는 앞으로의 인생도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현재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홍 관장은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돕기 위해 나눔 재단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하느님께 많이 받은 만큼 돌려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손때 묻은 소중한 묵주가 대대로 전해지듯이 저의 작은 나눔 정신도 두루두루 퍼졌으면 해요. 그럼 보다 따뜻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문의 02-545-0651 더 크로스 성물 갤러리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