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잡초 / 강버들 신부

강버들 신부(요당리성지 전담)
입력일 2021-09-28 수정일 2021-09-28 발행일 2021-10-03 제 326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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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지난 여름, 비도 많이 내렸지요. 코로나19 사태로 성지에서도 미사를 중단하고 몇 주간 조용히 지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느날 성지를 둘러보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그간 살짝 마음을 놓고 성지를 둘러보지 않았던 탓일까요. 성지 이곳저곳이 잡초로 무성해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성지를 둘러싸고 있는 향나무 담에는 이름 모를 넝쿨들이 담을 타고 넘어와 있었고, 곳곳에 이름 모를 잡초들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고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잡초는 언제 자랐는지 꽤 높이 길게 솟아나 있었고, 많은 영산홍 사이사이에는 역시 긴 잡초와 이름 모를 넝쿨들이 퍼져 있었습니다.

“오 마이 갓.”

성지를 찾으신 순례자들이 마음을 정리하며 바라보고 기도하는 곳인데,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도리였습니다. 저는 얼른 작업복을 입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전지가위와 긴 가위, 칼 등 도구를 챙기고 성지를 한번 둘러보았는데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거 언제 다 하나?’라는 말이 새어 나왔습니다. 잡초들이 꽤 강해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뽑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심기일전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먼저 큰 잡초들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이 잡초들이 의외로 쉽게 뽑히는 것이었습니다. 넝쿨들을 손으로 잡아 뽑으니, 길게 늘어져 있던 다른 넝쿨들도 쉽게 딸려 나왔습니다. 다른 잡초들도 뿌리가 얼마 깊지 않아 대부분 쉽게 뽑혔습니다.

막연히 힘들어 보이고 어려워 보였던 잡초 뽑기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뿌리를 단단히 박고 있는 못된 잡초들도 있었지만, 모든 잡초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잡초들이 제거되며 이곳저곳 단정해지고 깔끔해지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뿌듯함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주님이 거하시는 우리 마음속 ‘성지’는 어떠할까요. 죄로 기울어지는 우리의 ‘사욕’이 잡초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관심을 갖고 잘 돌보지 않으면 ‘아차’하는 순간 잡초로 무성해지고 말 것입니다.

자주 기도하며 나의 성지를 둘러보고 잡초를 뽑아주면서 아름답게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꾸준히 기도할수록 잡초를 발견하는 우리의 눈은 더욱 번뜩일 것이고 겁먹지 않고 쉽게 우리의 사욕인 잡초를 제거할 것입니다.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았습니다. 싸우기로 결심했다면 ‘할 만한’ 싸움입니다.

그 시작은 잡초를 뽑겠다는 ‘결심’입니다. 하느님이 거하시는 나의 마음속 성지를 깨끗하게 만들어 봅시다.

강버들 신부(요당리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