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령 선교 수녀회(상)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1-09-14 수정일 2021-09-14 발행일 2021-09-19 제 326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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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위한 선교에 헌신
다양한 국적 모인 ‘국제 공동체’
신앙 불모지에 선교사 파견
교회 일치 운동에도 투신

창립자 성 아놀드 얀센 신부와 창립 협력자인 마리아 헬레나 스톨렌베르크 수녀·창립 협력자 요세파 헨드리나 스테만스 수녀.(왼쪽부터) 성령 선교 수녀회 제공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시기는 교회가 새로운 문화의 조류들과 만나 긴장과 갈등을 경험하던 시기다. 이에 따라 교회의 선교 활동이 시대적 요청으로 강력하게 대두됐다. 특별히 독일 전역에서 문화 투쟁이 격화되던 시기, 성 아놀드 얀센 신부는 갈라진 형제들과의 일치와 하느님을 향한 올바른 신앙이 온 세상에 널리 퍼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얀센 신부는 1837년 독일 고흐에서 태어나 1861년 뮌스터교구 사제로 서품됐다. 1873년, 12년 동안의 중학교 교사 생활을 정리하고, 네덜란드 슈타일로 가서 1875년 성 미카엘 대천사 선교사 양성 신학원을 설립했다. 이 신학원은 1901년 1월 25일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세계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말씀의 선교 수도회(SVD, 신언회)가 됐다.

본격적으로 선교 사도직을 시작한 얀센 신부는 선교활동에 있어서 신언회가 한계를 느끼는 지점, 즉 여성의 손길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1889년 12월 8일, 2명의 여성을 첫 입회자로 받아들여 성령 선교 수녀회를 창립한다. 얀센 신부는 또한 1896년 12월 8일 기도로써 선교 활동에 참여하는 관상 봉쇄 수녀회인 성체 조배의 성령 선교 수녀회를 설립했다.

성령 선교 수녀회의 첫 입회자인 2명의 여성은 마리아 헬레나 스톨렌베르크(1852~1900)와 요세파 헨드리나 스테만스(1852~1903)였다. 성령 선교 수녀회의 창립 협력자인 이 2명은 각각 1995년과 2008년 시복됐다.

성령 선교 수녀회는 신언회의 여성 선교 파트너로 창립된 만큼, 선교 봉사는 수녀회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특별히 수녀회는 선교의 소명에 헌신함에 있어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들 안에서 생명을 나누고 촉진하는데 절대적으로 헌신한다.

회원들의 선교 성소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에게서 그 힘을 얻는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은 자기를 내어줌으로부터 시작되며, 공동체적 일치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특별히 성령의 은총에 의지해 모든 선교 활동은 성령의 활동이자 계시이며 “성령께서는 주님의 손길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회원들을 부르고 계신다”고 여긴다.

수녀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세계 각국 회원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국제 공동체로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수녀회의 창설자인 얀센 신부는 ‘육화된 말씀’에 대한 특별한 신심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곳에 선교사를 파견해 그들의 문화 전통을 통해 하느님을 발견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홍보 매체를 통해서도 선교 의식을 고양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또한 모든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는 확신으로 과학의 영역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 역시 강조했으며, 교회 일치 운동에도 활발하게 투신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