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고독사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1-09-07 수정일 2021-09-07 발행일 2021-09-12 제 326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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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는 이유는 내가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
타인의 힘겨움 위로해주기만 해도 사람들이 찾아오고 외롭지 않게 돼

요즈음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고독사가 일본에서만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텅 빈 방에서 혼자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아무도 찾지 않았을까, 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아무런 말도 안하다가 고독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경우 자격지심, 즉 내가 가진 것이 없다는 마음 때문에 고독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그런 마음을 가진 분들이 계실까봐 제가 사목하면서 본 사례 하나 알려드립니다. 달동네에서 본당 신부할 때 환자 방문을 하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계신 자매님이셨는데, 방문하면 늘 환하게 웃으시는 자매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 자매님이 선종하시고 장례미사를 하게 됐습니다. 미사를 하는 성당 안이 꽉 찰 정도로 사람들이 들어차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마음이 ‘심쿵’해서 물었습니다. 자매님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셨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셨는가 하고요.

그러자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길 자매님이 상담을 해주셨다는 것입니다. 건강하실 적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을 오래하셨는데, 병석에 누우신 후에도 전화상담을 해주셨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그 자매님의 머리맡에 전화기가 있던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누운 상태에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분을 보면서 ‘가진 것이 없어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길은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오게끔 하는 것은 꼭 돈으로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의 힘겨움을 알아주고 들어주고 위로해주기만 해도 외로운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들이 바람막이가 되어줍니다.

그리고 고독사는 돈이 없는 사람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부자 영감님이 있었습니다. 성격이 아주 독특해서 주위에 따르는 사람이 거의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늘 자신이 부자라고 유세를 떨다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는데 영안실에 아무도 찾아오질 않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는 것은 내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죽고 싶을 정도로 외로운 분들은 지금이라도 털고 일어나 본인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외로워서 죽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넘쳐서 죽을 것입니다.

교우분들, 눈을 감고 본인이 죽은 후 장례식에 몇 사람이 찾아올지 잠시 묵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