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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생명의 보금자리 ‘가정’ -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가정들 (7)성인기- 가족이 함께 떠나는 피정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1-08-31 수정일 2021-09-01 발행일 2021-09-05 제 3260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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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문화’ 기획 (7)편에서는 ‘가족이 함께 떠나는 피정’이 가정 내 사랑과 생명의 문화 형성에 중요한 이유를 알아봤다. 부모는 자녀들과 함께, 남녀는 배우자와 함께 피정함으로써 그 가족은 가정에 사랑을 재충전하고 생명의 소중함도 재확인할 수 있다.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가정들’ 기획 이번 (7)편에서는 가족 피정을 통해 시나브로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이종락·조인숙씨 부부 가정과, 가족 피정으로 자신을 찾고 서로의 생명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있는 송인수·지수현씨 부부 가정을 만났다.

■ 이종락·조인숙씨 부부 가정

일상에서 나누지 못했던 서로의 속사정 터놓고 이야기하며 소속감과 사랑 느껴

추억 쌓일수록 단단해지는 가족애 가정 안에서도 기도와 대화 이어져

2016년 제주산들평화순례 피정에 참가한 이준하군이 예수상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2016년 12월 수원교구 영성관 새해맞이 가족 피정에서 이종락·조인숙씨 부부 가정이 쓴 2016년에 감사할 일들.

“피정 중에도 여동생과 오빠는 으르렁거리고, 피정 후에도 부부 싸움은 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흐르는 물에 콩나물 자라듯 우리 가족의 사랑은 피정을 통해 그렇게 시나브로 자라고 있으니까요.”

아들 이준하(요한 사도·19·수원교구 과천 별양동본당)군, 딸 이예다(프란치스카·15)양과 매년 한 번씩 피정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이종락(마태오·50)·조인숙(스텔라·47)씨 부부는 가족 피정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족에게 피정은 삶 안에 이미 스며든 또 하나의 일상이다. 14년 전 처음 ME주말로 피정을 경험한 이종락·조인숙씨 부부는 당시 대화의 중요성을 느끼며 자녀들과도 함께하는 피정도 떠올렸다. 가정 내 사랑을 돈독히 하고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으려면 많은 대화가 필요한데, 이를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실천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처음으로 다 같이 떠난 피정을 통해 이들 가족은 ‘시간을 함께하면 추억이 생기고, 추억이 많은 가족은 행복하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히 가졌다. 이후 수원교구 영성관의 새해맞이 가족 피정, 서울 우이동 명상의 집의 성가정 피정 등에 참여하며 가족 간 사랑을 더욱 단단히 키워 갔다.

특히 부부는 대화를 하면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같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 가족 피정의 특장점이라고 이야기했다.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는 속담처럼 사람 마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알기가 쉽지 않은데, 가족 피정 프로그램 안에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시간을 갖고 조용한 산책길에서 서운함과 속상했던 마음을 드러내 보일 때면, 서로가 더욱 깊은 소속감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준하군도 “잠자리가 불편해서, 새벽 미사에 참례하기 버거워 가족 피정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사랑으로 묶인 한 가족’임을 깨닫는 기쁨을 생각하면 기꺼이 감수할 만한 불편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데에도 가족 피정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2016년 제주산들평화순례 피정에 참가했을 때, 가족이 해안가를 따라 순례하며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거세게 부는 바람과 부서지는 파도를 체감했는데,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하신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부부는 자연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딸이 죽을 위험에 놓인 길고양이를 보호해 주는 등 일상에서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가족은 이처럼 ‘사랑으로 묶인 한 가족’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가족 피정을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확언했다. 부부는 “현재는 코로나19로 못하지만, 코로나19가 사라질 때에 대비해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가족 피정 프로그램이 개발·공급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후로는 피정 대신 집에서 다 같이 모여 저녁 기도를 하고 감사한 일을 나누는 대화 시간 등을 갖고 있다는 이들 가족은 “피정은 가족을 위한 선물”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 송인수·지수현씨 부부 가정

하느님 자녀로서 가족 구성원 바라보며 자기 자신과 가족·자연의 소중함 재인식

자연의 품에서 몸과 마음 치유하며 하느님 창조물에 대한 감수성 함양

2017년 12월 수원교구 영성관의 새해맞이 가족 피정에 참여한 송인수·지수현씨 부부 가정.

송윤서양이 가족 피정 중 가족들이 직접 만든 ‘우리 가족 5계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송인수(안토니오·48·수원교구 광명 소하동본당)·지수현(엘리사벳·46)씨 부부는 피정을 “잃어버렸던 나를 찾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딸 송윤지(체칠리아·16)양과 송윤서(클라라·10)양을 둔 부부는 “피정은 어딘가로 새롭게 떠나는 것이라기 보다는 주님의 자녀로 다시 돌아오는 계기라는 점에서 더욱 끌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부는 “하늘 한번 볼 수 없이 각박하고 복잡한 생활을 하는 우리가 얼마나 신앙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주님의 자녀로서 우리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피정에서 알게 된다”며 “그 우선순위를 알게 되면 일상에서도 하느님을 늘 우선으로 두고 살아가게 된다”고 밝혔다.

부부는 이렇게 자신을 찾고 하느님 안으로 돌아오게 하는 피정이 가족끼리 서로의 생명을 더 소중히 인식하게 만드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신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점을 자각하면서 자신과 함께하는 가족, 피정 중 만나는 신앙인들과도 주님의 자녀, 생명 대 생명으로서 함께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러한 점에 대해 지씨는 “개인주의와 자기중심성이 강한 현대 사회이지만, 피정 중에 다른 가족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에 관심 갖게 됐고, 그렇게 생명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부부는 사람 생명뿐만이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데에도 가족 피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지친 일상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사람은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데, 피정 장소는 대부분 자연 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레 환경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지씨는 “인위적인 건축물들로 쌓인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새소리도 듣고 날씨도 더 잘 느낄 수 있다”며 “그게 정말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자신과 가족, 자연의 소중함을 재인식할 수 있는 피정이기에 부부는 2017년 12월 처음 가족이 함께 피정하고 돌아온 후에 매년 피정을 가기로 약속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그 약속을 실천하고 있지 못하지만, 대신 이들 가족은 가정에서 함께 기도하거나 인적 드문 곳으로 여행을 가면 꼭 근처 성당을 찾는 등의 방식으로 피정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사라지기를 기도하며 만나는 가족마다 가족 피정을 추천하고 있는 부부는 무엇보다 자녀들이 공동체 생활을 손꼽아 기다리는 적극적인 아이, 신앙 안에서 나눔과 봉사를 나서서 하는 헌신적인 아이로 바뀐 것이 피정 후 가장 큰 변화라고도 밝혔다.

부부는 “가족끼리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성가정을 이루는 데에 피정이 큰 도움이 됐다”며 “피정에서 느낀 신앙의 거룩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피정할 수 있는 날까지 잊지 않고 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