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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최양업 신부 시복 노력 새 전기 필요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1-08-31 수정일 2021-08-31 발행일 2021-09-05 제 326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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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자 시복시성, 더 적극적인 현양운동 절실하다
기적 심사 넘지 못한 상황
기도와 관심 부족 반성하고
미래지향적 전개 계기 삼아야
신앙과 영성 알리는 노력 중요

정채석 ‘최양업 신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1821~ 1861) 시복을 위해서 한국교회는 더욱 적극적인 공경과 현양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는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이자 선종 160주년인 올해 최양업 신부 시복이 이뤄지길 희망했지만, 증거자 시복에 필요한 교황청 시성성 기적 심사가 뜻한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최양업 신부 시복은 새 국면을 맞이한 상황이다. 최양업 신부는 증거자 시복 절차에 따라 기적 심사를 통과해야 시복될 수 있다.

최양업 신부 시복 청원인 류한영 신부는 “교황청 시성성에 기적 심사 결과를 올렸지만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해 기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며 “유럽교회에는 의료진들이 시복시성 절차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문화가 있지만, 한국과 유럽의 의료시스템이 다르고 한국교회는 아직 기적 심사 경험이 없다 보니 전문가들 도움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류 신부는 “최양업 신부 기적 심사 사례를 통해 우리의 기도가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최양업 신부님을 알리는 기도운동이 올해 탄생 200주년을 계기로 일어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103위 성인 시성 청원인으로 활동했던 윤민구 신부(수원교구 원로사목자)도 “최양업 신부 시복에 요구되는 기적은 공경과 현양운동이 전제돼야만 한다”며 “공경과 현양운동 없이 시복에 필요한 절차로만 기적을 바란다면 기적이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기적 심사를 통과한다 해도 최양업 신부 시복은 일회성 행사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최양업 신부 시복이 다소 급하게 추진된 감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기적 심사가 교황청에서 승인되지 않은 것을 오히려 최양업 신부 시복을 미래지향적으로 전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전향적 목소리도 있다.

양업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 차기진(루카) 박사는 최양업 신부 탄생 200주년에 시복을 기대했지만 증거자 시복 경험이 없는 한국교회로서는 기적 심사 통과만을 바라며 말로만 기도와 공경운동을 하지 않았는지 되물었다. 차 박사는 “이번 기적 심사를 거치며 향후 최양업 신부 시복 추진을 위한 공부를 한 셈”이라면서 “앞으로 우리 후손들에게도 최양업 신부의 신앙과 영성을 알린다는 생각으로 새롭게 시복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교구 배티순교성지 담임 이성재 신부 역시 “최양업 신부 시복 시점은 하느님께서 정해 주시는 것이니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고, 우리가 할 역할은 부지런히 기도하고 현양운동을 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최양업 신부 시복이 늦춰진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마련해 주시려는 뜻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류한영 신부는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최양업 신부의 전구를 통해 기적적인 치유 현상이 있을 때 그 경과를 체계적으로 기록해 둘 것과 더불어 지속적인 공경 및 현양운동을 당부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