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교구 김대건 신부
“교우들의 영적 건강 돌보는 것이 저의 사명”
성인 이름 덕에 책임감도 두 배
힘든 투병 생활 극복한 뒤로 몸과 마음 아픈 이들 돕고 싶어
“여러분들, 김대건 신부님 본 적 있나요? 여기 생(生) 김대건 신부가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대전교구)가 솔뫼성지 보좌로 있을 때, 주임 신부가 신자들에게 그를 소개하면서 전한 말이다.
김 신부는 성인과 같은 이름으로 늘 주목을 받았다. 삼형제 중 둘째인 김 신부는 그를 하느님께 봉헌하고자 하는 부모의 바람으로 성인의 이름을 갖게 됐다. 김 신부가 출생한 1974년은 한국순교자들이 성인반열에 오르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세례명은 안드레아가 아닌 베드로로 정했다.
처음에는 신학교가 아닌 일반 대학교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다 우연히 다단계 사업에 이끌려 쓴맛을 보게 되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아 신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부터 어디를 가든 이름으로 주목받았고, 자신의 이름이 특별하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게 됐다.
성인의 이름을 가졌다는 기쁜 마음과 함께 더 잘 살아야한다는 책임감도 생겼다. 그렇게 열정에 불타 몸을 사리지 않고 여러 활동에 투신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몸은 돌보지 못했다. 급기야 사제 서품을 앞두고 부제 강론을 하던 중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제품은 받았지만 본당 보좌로 주일미사를 다섯 번 주례하고 곧바로 ‘중증 근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악성 흉성종까지 생겨 수술을 받아야 했다. 기계에 호흡을 의지하고 대소변까지 간호사에게 맡기며 4개월을 병원에서 보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를 데려가 주셨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위해 본당 신자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서 하나 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사제는 존재 자체로 공동체를 성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요.”
조금씩 회복하면서 교구 설정 60주년사 편찬에 동참했고, 솔뫼성지에 이어 직장사목과 본당 사목을 하며 거의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해는 안식년을 보내며 다시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프라도회 소속이기도 한 김 신부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삶에 관심이 많다. 그는 “요즘엔 물질적 가난보다 아픈 이들과 영적으로 힘든 이들에게 관심이 간다”며 “누가 성사나 미사를 부탁하면 절대 거절하지 말자는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성인의 이름은 세울 건(建)을 쓰지만 저는 건강할 건(健)을 써요. 성인께서 한국교회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저의 사명은 교우들의 영적 건강을 잘 돌보는 것이 아닐까요.”